국표원, ISO·IEC에 'AI 연구반 신설' 제안…AI 국제표준 판 넓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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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AI 데이터 생태계 국제표준에 관한 연구반 신설을 제안했다. AI 관련 국제표준이 이제 막 제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새 영역을 만들려는 시도다. 연구반 설립 여부는 오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된다. 미국, 일본, 중국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AI 국제표준 제정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발휘될 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8일(현지시간)부터 닷새 일정으로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된 'AI 국제표준화회의'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데이터의 생태계 마련'을 다루는 연구반 신설을 제안했다고 11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합동기술위원회(JTC)1 분과위원회(SC)42 내에 연구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SC42에서는 AI 관련 국제표준 제정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연구반은 AI 데이터 생태계와 관련된 국제표준 신규 제안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AI 데이터 생태계 요구 조건과 구성 요건, 표준과 자율성·로봇공학·산업 서비스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연구한다. AI 정의와 적용 사례 등 기초 수준을 넘어 산업 응용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반은 관련 분야 용어 정의, 국제표준 실효성 분석 등 기초 작업을 수행한다.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작업반을 구성하기 전에 세밀한 근거 자료를 만든다. AI 같은 융합 신산업 분야에서는 작업반을 만들기 전에 연구반을 만드는 추세다.

연구반 설립 여부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ISO·IEC JTC1 SC42 4차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영향력이 큰 국가 중심으로 설득 작업을 이어 간다. 연구반을 설립하려면 투표 권한이 있는 P멤버(정회원) 가입국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23개국이 ISO·IEC JTC 1 SC 42에 P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23개국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연구반을 설립할 수 있다”면서 “향후 6개월 동안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설득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AI 데이터 생태계 국제표준 연구반을 설립하면 국제표준 제정 작업에서 영향력이 확대된다. 현재 ISO·IEC JTC1 SC 42에는 캐나다, 미국, 아일랜드, 일본이 의장을 수임한 4개 워킹그룹(WG)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 간다. 중국도 'AI 시스템의 계산적 접근 및 특성' 연구반 의장직을 맡으며 AI 국제표준 제정 과정에 본격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함께 제안한 'AI의 거버넌스 시사점'을 다루는 합동작업반(JWG) 1개를 맡고 있지만 단독으로 의장직을 수임하는 작업반은 없다.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을 확고히 확보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국표원 관계자는 “표준 하나를 제안하는 것보다 연구반·작업반을 마련해서 판을 넓히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우리가 잘하는 영역으로 AI 국제표준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