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에 中과 관계 정리하는 美 반도체 기업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 국면을 맞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기업들과 관계를 정리하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는 중국 샤먼 사난 옵토일렉트로닉스(Xiamen Sanan Optoelectronics)와 거래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중국 지역에 있는 직원들과 인사 관계자에게 중국 사업장에서 철수할 것을 알렸다.

중국 반도체. <전자신문 DB>
중국 반도체. <전자신문 DB>

AMAT는 삼성전자, 인텔 등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세계 최대 장비 기업으로 글로벌 장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AMAT가 거래를 중단한 샤먼 샤난 옵토일렉트로닉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확인 리스트(unverified list)에 포함되는 기업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32쪽 분량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업과 대학 37곳과 홍콩 기업 6곳이 새롭게 추가된 총 50개의 '경계 대상' 단체를 명시한 바 있다.

중국은 AMAT에게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반도체 굴기' 선언 이후 현지 팹 투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매출이 전체 약 26%가량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장기화하는 갈등에서 발생하는 위기 요인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리 디커슨 AMAT CEO는 올 3월 중국에서 열린 세미콘 차이나 전시회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는 앞으로 10년 간 경제 성장에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AMAT 뿐 아니라 미국 반도체 공룡 기업 인텔도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와 선을 그었다. 지난 2월 인텔은 중국 칭화유니그룹과 5G 모뎀 칩 협력을 중단을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지난 2014년 칭화유니그룹에 자금을 투자하고, 이 회사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양사는 5G 기술을 공유하면서 2019년 하반기까지 중국 스마트폰용 5G 모뎀 칩을 생산하기로 했으나, 최근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측은 이에 관련 사업상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과 갈등 중인 미국 정부 입장을 고려해 사업 추진을 중단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미·중 무역 분쟁 가운데서도, 반도체 '기술 전쟁'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0월 트럼프 정부는 중국 푸젠진화반도체(JHICC) 공정과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미국 제품들을 수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건 바 있다. JHICC는 미국의 전방위적 견제로 올 1월 D램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