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금융업 진출, '현미경 감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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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아마존, 알리바바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거대기업, 이른바 '빅테크(Bigtech)'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감독 방안 수립에 들어간다. 글로벌기업은 물론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IT 대기업이 디지털을 매개로 기존 금융 영역을 허물고 있는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빅테크 등 디지털 주력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규제혁신과 감독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연구용역을 이달 중으로 발주한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시장 지배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이 세계에서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 방안과 규제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금융안정위원회(FSB)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FSB가 지난 2월 발표한 '핀테크 및 금융서비스 시장 구조' 보고서에는 방대한 고객데이터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은 기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우려와는 달리 그간 포괄적 금지 규정이 많고 복잡한 인허가 제도가 있는 국내 금융규제의 특성상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금융 분야 진출은 국내에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 차원의 대대적인 금융혁신 방침에 각종 규제 문턱이 낮아지고 금융·산업 융합 서비스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 요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금융 클라우드 허용, 금융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으로 인해 IT 기반 기업의 금융권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명확한 규제나 감독체계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규제를 뚫고 사업을 개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감독할 방법이 부재한 만큼 연구용역을 통해 적합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금융권 클라우드에서도 고유식별정보와 개인신용정보를 허용하고, 이달 들어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는 등 금융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만큼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국내 IT 기업의 역차별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실제 올해 들어 KT, 코스콤 등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는 클라우드와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에 기반한 금융권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각종 부가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빅테크 기업의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외국계 금융회사와 주요국 대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개최하는 업무설명회인 'FSS SPEAK 2019'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스템 교련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혁신이 예기치 않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과 혁신 과정에서 촉발된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신용정보법·전자금융법 개정 등 핀테크 혁신을 위한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금융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히 규제 혁신 또는 금융 감독 일변도의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적절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