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최근 차량·사물간통신(V2X) 표준으로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을 선택하면서 국내에서도 통신방식 표준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V2X 본질을 생각하면 각각 통신방식보다 안전에 집중해야 합니다. V2X 표준을 어떤 한 진영의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지정해서는 안됩니다”
임용제 에티포스코리아 대표는 국내 V2X 통신방식 표준을 두고 DSRC 진영과 C-V2X 진영 간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을 두고 이와 같이 밝혔다.
임 대표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반도체 공학박사를 받은 시스템 반도체 전문가다. 인텔, 글로브스펜, 삼성전자, 포스데이터미국연구소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회사에서 엔지니어 및 개발총괄을 역임했다.
임 대표는 통신용 반도체를 개발하다가, 미래 시장에서 생태계 중요성이 커질 것을 직감했다. 특히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이 떠오르면서 '안전' 관련 기술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회사들은 '칩(chip)' 하나 잘 만들어 파는 데만 관심 있을 뿐, 생태계 파악에는 관심이 없었다. 결국 임 대표는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V2X 플랫폼 솔루션을 개발하는 에티포스를 창업했다.
에티포스 본사는 미국 산호세에 위치하고 있다. 당초 자동차·통신 회사가 있고, 통신기술 인력이 풍부한 국내 창업도 고려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았고, 결국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실리콘밸리는 자율주행, 안전 기업에 대한 투자처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임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은 10억원을 넣어 100억원을 버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고, 500억원 넣어서 100억원을 버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면서 “미국은 기술적 확신이 있다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교두보가 잘 마련되기 때문에 산호세에 본사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V2X 통신 표준을 두고 진영 간 다툼이 결국 서로 간 이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V2X 전파방식보다 '사용 시나리오' '유즈드 케이스'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국토부와 자동차 업계는 DSRC를 선호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업계는 C-V2X를 밀고 있다.
임 대표는 “국내 V2X 통신 표준을 두고 펼쳐진 대립을 살펴보면, 결국 C-V2X가 DSRC와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을 하고 싶다는 것인데, DSRC는 이미 10년간 검증된 기술이지만, 아직 C-V2X는 3~5년간 검증단계가 필요하다”면서 “C-V2X 측에서는 5G 표준, 인프라가 구축되는 기간을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몇 년간 데이터나 안전을 포기할 수 없어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C-V2X가 DSRC를 포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RS유닛(기지국)에서 DSRC, C-V2X 모두에게 데이터를 넘겨주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방식으로는 V2V(차량대 차량 통신)도 C-V2X를 이용해서 가능하게 된다. 만약 C-V2X가 DSRC를 포용하게 되면 셀룰러 진영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대표는 “과거 비디오 방식에서 VHS와 베타가 경쟁하다가 베타가 도태된 것처럼, 지금은 DSRC와 셀루러가 경쟁하고 있지만, C-V2X가 DSRC를 기술적 흡수할 수 있다”면서 “5G V2X와 LTE V2X는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5G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의 C-V2X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