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 이후 상장기업 액면분할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거래가 재개된 지난해 5월 4일부터 지금까지 액면분할을 실시한 상장사는 총 25개사에 이른다.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이후 분할 기준 가격인 5만3000원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삼성전자 이후 액면분할에 나선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단 두 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일제히 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액면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보다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3일 액면분할 이후 첫 거래를 마쳤다. 롯데칠성은 주당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춰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했다. 롯데칠성의 주당 가격은 액면분할 이전 173만1000원에서 3일 16만5500원으로 낮아졌다.
코스피 상장사 국보 역시 이날 액면분할 이후 첫 거래를 개시했다. 거래정지 이전 2만3550원에 거래되던 국보 주식은 3일 2355원으로 거래를 개시해 220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전 가격을 적용할 경우 롯데칠성은 4.61%, 국보는 6.37% 하락했다.
액면분할은 주식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주당 가격이 높아 거래가 부진한 주식을 쪼개 거래를 활성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활용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이후 처음 단행되는 이번 액면분할이 유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 활성화 및 투자자 저변 확대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칠성과 국보에 앞서 여타 상장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지난 4일부로 액면분할 1년을 맞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한국철강, KISCO홀딩스, 한국프랜지공업, 만도, 까뮤이앤씨, 휠라코리아, 코스모신소재, 쌍용양회공업, 네이버 등 연이은 코스피 상장사의 액면분할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유동성을 높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정작 주가는 뒷걸음친 기업이 대부분이다. 액면분할 당시 5만3000원에 거래되던 삼성전자 주식은 1년이 지난 3일 종가 기준 4만5300원으로 12.7% 주가가 하락했다. 네이버도 액면분할 이후 거래가 재개된 10월 14일 이후 주가가 14만20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12.7% 하락했다.
이 밖에도 한국철강(-28.7%), KISCO홀딩스(-4.2%), 한국프랜지(-20%), 만도(-27.8%), 까뮤이앤씨(-9.2%), 코스모신소재(-7.4%) 등 대부분이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휠라코리아, 쌍용양회공업만이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올랐다.
전문가는 액면분할 자체가 주가 부양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보다는 개인투자자 등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작 거래실적을 들여다보면 유동성 확보 효과 역시도 뚜렷하지 않다. 실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후 1년(2018.5.4~2019.4.30) 평균 거래대금은 5259억원으로 액면분할 이전(2017.5.2~2018.4.27)의 6188억원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액면분할은 주가의 환금성이나 주주친화적인 측면 등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액면분할은 명목상 변화일 뿐이고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이익 창출 능력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