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삼성SDI, 60조원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차질?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이 삼성SDI로부터 공급받으려던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폭스바겐이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삼성SDI와 맺은 500억유로(약 66조3000억원) 규모 배터리 구매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삼성SDI로부터 20GWh 규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협상 과정에서 생산량과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급이 담보되는 규모가 5GWh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폭스바겐은 블룸버그에 “삼성은 계속 우리의 배터리 셀 공급 업체로 남을 것”이라며 협력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도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지난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 관련 세부 협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왔다. 특히 2020년부터 출시되는 전기차에 배터리 공급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시작됐어야 하지만 삼성SDI가 경쟁사와 달리 신규 투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면서 업계 의구심이 커지던 상황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SDI 자동차 전지 투자가 시장 속도에 뒤쳐진다거나 보수적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시장 성장에 맞춰 우량 고객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주 활동 전개하고 있으며, 각 프로젝트별로 잠재적인 리스크 요인을 검증해 양질의 성장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공급자 우위 '셀러스마켓'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 커지는 반면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배터리 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MEB 초기 물량은 메탈 가격 연동 등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돼 저가 수주 논란이 지속적으로 있었던 상황”이라면서 “폭스바겐은 당장 2020년부터 출시하려던 전기차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병주 SNE리서치 상무는 “삼성SDI는 경쟁업체와 달리 규모보다는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차전지 시장 바기닝파워가 배터리 업체로 기울어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을 위해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폭스바겐이 10억유로를 투자해 스웨덴과 독일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운다는 보도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과도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폭스바겐과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협의 중”이라며 “폭스바겐과 같은 자동차 제조사가 JV를 설립하는 이유는 배터리 기술 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다. 올해 3세대 전기차 ID3 출시를 시작으로 50종의 새로운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충당하려면 10년 내 300GWh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그룹은 2017년 MEB(Modular Electric Drive) 플랫폼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선정한데 이어 이듬해 삼성SDI와 중국 CATL과도 손을 잡았으며 이후 북미향 파트너로 SK이노베이션을 추가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