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반도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한 수출 감소 지속.”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 6월 첫날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위기와 기회를 언급한 메시지가 동시에 들려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감(75억달러)했다. 전체 수출은 9.4% 감소한 459억달러로, 6개월 연속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악화하며 수출은 회복 기미가 요원하다.

물론 반도체 시황 악화가 수출 부진의 모든 원인은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경기 둔화에 따른 대 중국 수출 하락세도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불확실성과 중국 비중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불안 요인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체 수출과 반도체 수출이 동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 전체 수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수출만 놓고 볼 때, 반도체는 분명히 '위기'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계열사 사장과 함께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었다. 삼성 부품 사업과 캐시카우를 책임지는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은 휴일이지만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4시간 이상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 부회장 메시지는 명확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이 메시지에는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바로 기술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를 위해 3년 동안 180조원 투자와 4만명 채용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등이 되기 위한 133조원 투자 계획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가며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대규모 투자가 주효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부회장이 중장기 투자 계획 실행을 강하게 주문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삼성 DNA'가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위기 뒤에는 분명히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은 준비된 기술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기술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다. 자칫 위기 상황에서 사람을 내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은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일 수도 있고, 생산 현장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은 노동자일 수도 있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 더 나아가 우리 산업계 전체가 기억해야 할 명제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양종석 미래산업부 데스크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