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의 어퍼컷]'전자정부수출공사'를 고민해 보자

[강병준의 어퍼컷]'전자정부수출공사'를 고민해 보자

6월24일은 전자정부의 날이다. 내주 월요일이니 딱 일주일 남았다. 2017년 10월 전자정부법 개정과 맞물려 지난해 첫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올해가 두 번째다. 행사 당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국가로 발전한다”며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약을 강조했다. 올해도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축하행사를 준비 중이다. 대통령에게 참석을 요청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는 소식이다. 새로 행안부를 맡은 진영 장관이 이날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궁금하다.

전자정부는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을 정보기술(IT)강국으로 알린 주역이다. IT강국 명성은 초고속 인터넷과 첨단 서비스 덕분에 가능했다. 빠른 네트워크와 앞선 사업 모델이 주역이었다. 전자정부는 IT강국의 위상을 세상에 알린 킬러 콘텐츠 가운데 하나였다. 국내 전자정부 역사가 바로 세계 역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정부 토대가 된 전자정부법은 밀레니엄 시대에 즈음해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벽두 신년사에서 지식혁명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천명하며 정보화에 고삐를 바짝 죄던 시기였다. 초고속 국가정보통신망으로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였다.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내리 3회 연속 1위에 올랐다. 145개 나라에서 4600여명이 찾아와 전자정부 서비스와 제도를 배우고 돌아갈 정도로 자랑거리였다. 2015년까지 72개 나라에 총 23억 달러를 공급할 정도로 수출 효자품목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9년 이 후 연평균 77% 증가하던 전자정부 수출이 곤두박질쳤다. 2015년 5억3404만달러를 정점으로 추락해 2017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는 가까스로 2억달러에 턱걸이했고 올해는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엔 평가에서도 2014년을 마지막으로 수위 자리를 내줬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부 규제에 영향을 받았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하면서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서 대기업을 제외하자 납품 실적을 확보하지 못해 해외 진출이 녹록치 않았다. 수출을 주도하던 기업이 조직을 해체하거나 축소하면서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시스템 구축 경쟁력이 추락한 점도 원인이었다. 세계 주요 나라의 전자정부 수준은 올라갔지만 정작 우리나라 기술과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무엇보다 담당 부처인 행안부의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여러 요인이 복합으로 작용해 세계무대에서 리더십을 상실했다는 게 정답이다.

판을 바꿀 때가 됐다. 전자정부의 날은 1967년 6월24일 경제기획원에서 인구통계용으로 IBM 컴퓨터를 첫 도입한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그로부터 50년, 무려 반세기가 흘렀다. 전자정부가 해외로 나가기 시작한 시점만 따져 봐도 20년을 넘어선다. 이제는 새로운 조직과 위상이 필요하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이거나 조금 개선된 대안을 내놔도 결과는 오십 보, 백보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수출을 책임지고 전담할 독자기구가 필요할 때다. 민간이 주도하면 최선이겠지만 전자정부 특성상 아직은 정부의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자정부 경쟁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문제는 리더십이고 이를 책임지고 지원하는 튼튼한 조직이다. '전자정부수출공사' 형태의 전담 조직을 수면 위로 올릴 때가 됐다. 공공이 주도하고 민간이 밀어준다면 '행정 한류'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