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대미 투자 확대 요청"…화웨이 언급 없어 안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우리 기업인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투자 확대'를 거듭 당부했다. 최근 3조6000억원대 대미 투자를 발표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 대미 투자기업을 직접 언급했다. 우려했던 미국 화웨이 제재 동참 압박은 없었으나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부담은 지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와 간담회를 가지고, 이 같이 요청했다. 간담회에는 CJ, 롯데, 신세계, SPC, 농심, 동원 등을 포함해 18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0% 이상 감소했다”면서 “한미 FTA도 새롭게 체결해서 올해부터 적용되는데, 농산물과 의약품,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호혜적 협정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석한 기업을 거론하며 미국에 투자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하고,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 삼성, CJ, 두산 그리고 SK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가 오늘 함께 자리했다”면서 “이 기업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해줬고, 미국 사람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과 총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기에 지금보다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계속해서 대기업을 필두로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를 더욱 확대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한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회장, 손경식 회장 등에게 “자리에서 일어서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수차례 이름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동빈 회장이 너무너무 훌륭한 일을 하셨다”면서 “신 회장이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했는데 (미국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신 회장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를 “몇 가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기업에 대해 감명받은 점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 본사 건물을 보고 굉장히 놀랐고, 롯데타워를 처음 봤을 때도 저 높은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굉장히 감탄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제재 동참을 주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속에 두 나라 모두를 신경 써야 하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주변국에 보안 등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 사용 제한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언급한 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이어왔지만 불행하게도 합의에 이루지 못했다”면서 “다행히도 오사카 회담을 계기로 해서 미중 무역협상을 정상궤도로 복귀시켰고,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 리더 간담회에는 18명의 재계 총수들이 참석했다. 재계 총수들은 간담회가 예정된 시간보다 약 2시간 빨리 현장에 도착해 미국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서 회동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안내를 받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남측 구역으로 돌아오는 역사적 사건도 연출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공동취재 성현희기자 sunghh@etnews.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