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진위 파악 및 대책 마련 나서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SiC 기반 전력반도체 웨이퍼. <사진=SEMI 코리아>

우리 정부는 일본 경제 보복 조치 진위 확인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일 갈등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불거졌다. 일본 조치 현실화 여부에 따라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업체에 연락을 취하면서 일본 언론 보도 진위를 확인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국내 반도체 재료 업체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서 일본 수출 규제 사실 여부를 물어왔다”고 전했다.

외교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 관련한 조치를 한다는 방침을 통보받은 바 없다”면서 “일본 언론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불화수소(불산), 레지스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투명 폴리이미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오는 4일부터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이 규제가 현실화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특히 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 공정인 노광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질로, 일본에서 90% 이상을 들여오고 있다.

국내 반도체 공정이 '올스톱'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에서도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복 조치에 대한 맞대응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압박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경제 보복을 하면서 한국 정부에 '으름장'을 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고등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4명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1인당 9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등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이 강제징용 갈등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당장 시행에 들어가면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평가다.

당초 일본의 보복조치 착수 시점으로는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지난 5월 법원에 제출한 '매각명령 신청'이 진행돼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8월 쯤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다른 분쟁해결 절차인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에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보복에 나서는 것이어서 정부 일각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7월 말 중으로 예상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보복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업체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우위에 있고, 일본 재료사와 장비사 매출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