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악재냐 호재냐' 엇갈린 분석…"국내 업계 중장기 수혜" 전망도

증권가에서도 일본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손익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내 일본 핵심 소재 의존도가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가격 반등과 소재 국산화율 제고 등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1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 단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수급은 공급 과잉 국면으로 이번 이슈를 통해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는 국내 업체가 일부 생산 가능하지만 품질 차이가 있고 일본 원재료를 정제·재가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라면서 “하지만 가뜩이나 재고 부담이 큰 국내 메모리 업체는 자연스럽게 감산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사이클 바닥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규제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핵심 소재 국산화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출 규제는 지금까지 해외 의존도가 컸던 한국 IT 소재 국산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잠재적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은 2020년부터 반도체, OLED, 전기차 분야에 적용되는 핵심 소재 일부를 2020년부터 국산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직까지 국내 업체는 순도가 낮은 제품을 주로 만들고 일본 업체와 합작하는 경우가 많아 완전한 대체가 힘들지만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일본의 위협을 현실로 느끼고 국내 업체 체력을 기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는 국내 업체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D램과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소재 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현수·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길들이기용,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은 반도체 선단공정용 소재를 한국으로 수출하지 않으면 대만 외에 수요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도현우 연구원은 “수출 규제 품목 분야에서 일본산 점유율이 70~90%를 차지하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에서 일본 업계 피해도 예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고객사 이탈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면서 “닛케이225 지수가 상승하는 가운데서도 포토레지스트 대표 기업인 JSR 주가가 오전 한때 4% 이상 하락하고 에칭가스 관련 주요 기업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