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계약 0건, 지재권 침해....콘텐츠 차이나리스크 눈덩이처럼 불었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짊어진 '차이나리스크'가 최근 수년 동안 크게 불어났다. 게임, 웹툰, 캐릭터, 인터넷 서비스에서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식재산권(IP) 침해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8일 게임 및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국내 빅3 게임사는 2017년 상반기 이후 단 한 건도 중국 수출 계약을 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2월부터 한국 게임에 대해 현지 유통 허가인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기존에 계약한 게임도 판호가 나오지 않는 마당에 신규 계약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2017년 이후 중국 수출 피해액은 최소 1조원이다. 국내에서만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게임이 모두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펄어비스 등 2017년 이후 중국 회사와 신규 계약을 체결한 중견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계약만 했을 뿐 판호가 나오지 않아 사실상 현지 사업을 중단했다.

중국 기업 텐센트는 5월 한국 게임사 펍지와 공동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 테스트 버전 운영을 종료했다. 텐센트는 그 대신 '배그 모바일' 이용자 데이터를 새로운 게임인 '화평정영'으로 옮겼다. 판호를 받을 수 있는 자사 게임으로 대체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배그와 유사한 중국산 배틀로얄 게임이 판치는 가운데 정식 서비스사도 배그를 그대로 옮긴 게임으로 우회로를 뚫었다”면서 “한국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라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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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산업은 중국의 변덕스러운 규제 정책에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가 중국 웹툰 사업을 위해 2017년에 세운 브로콜리엔터테인먼트는 2년째 별다른 실적을 내놓지 못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현지 파트너들과 IP 판매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카카오톡, 라인 등 국내 기업 메신저의 중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지난해에는 카페, 블로그 등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를 막고, 올해에는 뉴스 등 전체 서비스 대상으로 차단 범위를 넓혔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언제 막힐지 모르는 지역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기업에 의한 IP 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류 편승기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중국에 근거지를 둔 이들 기업은 마치 한국산 제품인 것처럼 표기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을 벗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기도 한다. 카카오프렌즈 등 국내 인기 상품 이미지를 도용, 상품을 제조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피해가 불 보듯 빤하지만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정에서 대 중국 게임 수출 물꼬를 튼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부 관계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추진하는 후속 협상에 게임을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자동 개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개방이 되더라도 중국 내에서 온갖 구실을 붙이면 실제 유통 허가를 받는 한국 게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 대책을 주문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