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사업화 성공률을 높인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술사업화센터장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술사업화센터장

4차 산업혁명과 공유 플랫폼이 화두로 떠오른 이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펄프스(핀터레스트·우버·리프트·팔란티어·슬랙)와 팡(페이스북·아마존·애플·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면서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데이터의 정량 분석과 정확한 커스터마이징에 기반한다. 아마존의 맞춤형 서비스를 받으면서 그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 빈틈없는 알고리즘, 그리고 금융기술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B2C 기업만의 스토리는 아닐 것이다. 이미 국내 제조 중소기업들도 데이터 기반 분석으로 제품 예상수명이나 내구성을 정확하게 파악해 해외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고 있다.

신기술 대두와 더불어 기업 생태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함에 따라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 방법론에 대한 논의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과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술사업화 전 과정에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 요구는 점차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기술사업화는 무엇이고 어떤 분야, 어떤 단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까? 기술사업화를 '기술을 이용해 제품 개발·생산 및 판매를 하거나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면, 아이디어 착상부터 매출 증대에 이르는 전 과정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다양한 사례가 창출되는 신제품 개발 영역, 엔지니어링 영역, 제조영역, 마케팅 영역 이외에도 아이디어 착상단계인 기술기획, 기술예측, 유망기업 및 아이템 선별 등 영역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 요구는 증가하는 반면, 품질 검증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중소기업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사업화 지원 플랫폼 활용이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역량을 진단하고 성장 원동력이 되는 사업화 아이템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노력이 데이터 기반 사업화 지원 플랫폼 구축이라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각 기업이 직면한 기술사업화 생태계는 과정과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 반도체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두 기업이 있다고 치자. 두 기업 고객은 글로벌 기업으로 오랜 기간 계약 관계로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선진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 기업이 CEO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의사결정 체계에 기반해 성장전략을 구사해온 반면, 또 다른 기업은 위임형 리더십에 기반한 다각화 전략을 펼쳐왔다. 두 기업을 창업한 CEO의 상이한 배경과 경험은 조직운영이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쳐 현재는 전혀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데이터는 이런 기업 환경의 차이, 조직문화의 차이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결과는 말해주지만 이유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윤리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이 가진 문제는 맥락 속에 존재하고, 그 맥락을 잃고 데이터로만 이해하려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수조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가시화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은 알고리즘의 힘이지만, 깊게 파고들어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 즉 통찰의 힘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술사업화 과정에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품질이 검증된 데이터를 공유·거래·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활용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들은 플랫폼 고객을 세분화해 데이터 양보다는 유용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세분화된 요구 파악, 심층 데이터 분석, 전문가적 식견을 도출해 애로해소가 가능할 때 데이터 기반 사업화 플랫폼 고객 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데이터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기업 사업화 활동을 구분해 풀어가야 할 핵심 과제와 분석 문제를 정의할 전문가 역량이나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기업도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를 새로운 방법으로 융합하고 조직화하는 것은 결국 CEO를 중심으로 한 조직원의 역량에 달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술사업화센터장 kimes@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