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대북 반출의혹 물러선 일본…'한국 백색국가 제외'는 강행키로

[한일 경제전쟁]대북 반출의혹 물러선 일본…'한국 백색국가 제외'는 강행키로

정부는 12일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일본 정부와 가진 첫 '양자협의' 관련, 일본이 기존 북한 유출 의혹제기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은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일본은 불화수소 등 3대품목이 개별허가 신청대상으로 변경된 것은 북한 유출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측은 그러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자국 기업의 법령준수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3대품목 통제강화를 자국 수출기업 귀책으로 설명했다.

또 3대 품목이 최종적으로 순수한 민간용도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허가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일본은 또 여전히 한국 수출통제체제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 1일 우리나라를 안보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고시한 기존 방침을 우리 정부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본 측은 백색국가 제외의 경우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각의 결정 후 공포하고, 그로부터 21일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현 무역정책관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방침과 관련, 캐치올(catch all) 규제 등에서 한국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뿐 그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면서 "앞서 3년 동안 한국과 관련 회의를 못해서 신뢰가 부족하다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캐치올 제도는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민수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규제를 말한다. 일본은 구체적으로 '한국이 재래식무기 캐치올 제도에서 불충분하다'고 얘기할 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의견수렴 시한인 오는 24일 전에 양국 수출통제 당국자간 회의를 제안했지만 일본 측은 명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일본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이르면 8월 15일 이후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날 협상에서 양국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셈이다.

이호현 정책관은 "아직 양국 입장차가 여전하지만 일단 우리 입장을 충분히 개진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6시간 가까이 입장을 자세히 개진하면서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소명을 조목조목 요청해 어느 정도 해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관계부처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은 일본 정부가 지난 4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회의에는 한국 측에선 산업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일본 측에선 경제산업성의 이와마쓰 준(岩松潤)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猪狩克郞)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 등 양측 각각 2명씩이 각각 참석했다.

회의 '호스트' 역할을 한 일본 측은 사실상 창고같은 회의실에서 '손님'격인 한국 측과 만나 악수나 인사도 하지 앉은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일본의 이 같은 의도적인 홀대는 회의 형식을 의견 교환을 위한 '양자협의'가 아니라 자국 조치에 대한 일방적 브리핑 성격의 '설명회'라고 주장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일본은 회의의 격도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낮추고 인원수도 회의 전날 저녁 돌연 5명에서 2명으로 줄여 통보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협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진행은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간 50분만인 오후 7시 50분에야 끝났다.

이 정책관은 "당초 2시간으로 예정된 회의였지만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고 논의하며 서로 토론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