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웨이와 KT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주한 미국대사관에 화웨이 금지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은 악의적 사이버 활동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외국 정부 통제 또는 영향을 받는 공급자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통신 네트워크와 공급망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통제와 개입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화웨이의 불투명한 이사 선임 절차, 비상장 기업 형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 같은 미국 주장이 틀렸다며 반발한다. 이사회와 직원 주식 소유 중심의 투명한 지배 구조를 갖춘 100% 민간 기업이라고 반박한다.

미국은 물론 화웨이 모두 각각의 주장을 명확하게 검증하지 못했다. 분명한 건 미국의 의혹 제기 자체로, 화웨이가 타격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신뢰도가 저하되고 비즈니스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배 구조 논란이 중요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KT는 화웨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를 확보했다. 누구나 이사회 구성원과 자격을 알 수 있고, 자유롭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도 자유롭다.

그러나 회장 선임 절차만 따로 떼어 놓고 본다면 KT가 정부 개입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KT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KT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검·경 조사 등 수난사가 이어졌다. 정치 권력이 정부 지분 0%인 KT 회장을 전리품으로 여긴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KT CEO 리스크는 기업 본질인 사업 측면에서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 민간 기업으로서 장기 비전과 방향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사업을 하고, 낙하산 인사를 채용한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자산 규모 32조원이라는 체급에 걸맞은 사업 성과를 내고 있는지 의문도 지속된다.

9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KT 차기 회장의 선임은 종전의 논란을 불식할 절호의 기회다. 신임 회장을 내·외부에서 뽑느냐는 중요치 않다. 능력과 더불어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독립성이 필요하다. 세계 12위 경제 규모, 아시아 1위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국민 기업 KT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이뤄졌으면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