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3>산업혁명과 기술혁명

새로운 기술은 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신기술 없는 산업 발전은 생각하기 어렵다. 기술혁명은 짧은 기간에 1개 이상의 기술을 신기술이 빠르게 대체하면서 세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기술 발전을 말한다. 인류 역사에서 산업혁명 이전에도 철기혁명이나 농업혁명 등 기술혁명이 몇 차례 있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대략 다섯 차례의 기술혁명이 있었다.

세 차례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다섯 차례 기술혁명이 있었다는 것은 모든 기술혁명이 산업혁명으로 연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산업혁명과 기술혁명이 진행되는 시기를 같은 연대축 위에 표시해 보면 산업혁명이 한 차례 일어나는 동안 두 차례의 기술혁명이 있었다. 1차 산업혁명기(1770~1850년)에는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기술혁명(1771년)과 기계화 시대와 증기 및 철도 시대로 불리는 2차 기술혁명(1829년)이 있었다. 1870년에 시작돼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까지 이어진 2차 산업혁명기에는 철강과 전기를 주축으로 해서 대량 생산 체제로 대표되는 3차 기술혁명인 공학 시대(1875년)와 석유와 자동차를 주축으로 하는 4차 기술혁명(1908년)이 있었다. 디지털혁명 또는 자동화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1970년에 시작됐으며, 반도체와 전자로 대표되는 5차 기술혁명기인 정보통신 시대(1971년 이후)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술이 개발돼 왔다. 어떤 기술이 기술혁명을 일으키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을 단기간에 변모시키는 파괴 성격을 띤 기술을 범용 기술, 기하급수 기술, 수권 기술 등이라 일컫는다. 범용 기술은 장기간에 걸쳐 진화하며, 여러 영역으로 전파돼 활용된다. 증기엔진, 철도, 자동차와 요즘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기술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범용 기술로 분류되는 기술은 대단히 많지만 일부의 범용 기술만 기술혁명이나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 가치는 절대 성격이 아니다.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효율 높은 증기엔진, 수명 긴 조명 전구, 분업 체계와 결합한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은 안정된 대량 생산이 필요하던 사회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는 산업혁명을 선도했다. 사회 환경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던 기술인 만큼 적용되는 속도가 빨랐음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몇몇 기술만이 기술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연결된 이유는 당시 사회 환경이 그 기술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즉 필요에 의해 그 당시에 개발한 기술이라기보다 발전돼 오던 기술이 시대 환경과 맞아떨어져 역할을 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들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개발돼 온 기술이라는 것이다. 3D프린팅으로 대표되는 적층 기술도 최근 개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1980년대 초에 개발됐다. 오랫동안 조금씩 발전돼 오던 AI 등의 기술이 3차 산업혁명 이후 조성된 생산성 한계 0라는 비정상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기술들은 이미 산업 활용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 확산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산업에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찾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기술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40년 내지 50년 후 또 다른 비정상 상태가 조성됐을 때 이를 극복하게 해 줄 기술들이 아직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기술 가운데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비정상 환경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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