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국산 SaaS가 없다

쓸 만한 국산 SaaS가 없다

세일즈포스, 워크데이 등 글로벌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이 국내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건다. 외산 기업이 몰려오는 가운데 국산 SaaS에서 쓸 만한 제품이 없어 외국계 기업에 종속될 우려가 높아 가고 있다. 국산 패키지 소프트웨어(SW)업계의 SaaS 개발과 투자 적극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주요 SaaS 기업이 한국 지사를 설립하거나 투자를 강화했다. 인력관리(HR) 분야 SaaS 업체 코너스톤 온디맨드가 이달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급망관리(SCM) 분야 SaaS 1위 업체 오나인(o9)도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HR SaaS 글로벌 1위 업체 워크데이는 지난해 말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인력 30여명을 채용했다. SaaS형 고객관계관리(CRM) 글로벌 1위 업체 세일즈포스는 한국 지사 설립 10주년을 맞아 올 하반기부터 영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SaaS 기업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광폭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요 SaaS 제품을 도입하자 이 대열에 합류하려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 오피스 프로그램 일부에서만 SaaS를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CRM, HR, 전사자원관리(ERP) 등 주요 업무 솔루션을 SaaS로 바꾸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도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SaaS 시장은 2017년 6627억원, 2018년 8404억원을 넘어 올해 처음 1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부터 떠오른 서비스형인프라(IaaS) 시장(2019년 6970억원)보다 약 두 배 크다.

글로벌 SaaS 기업이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아직 이렇다 할 SaaS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 일부 기업만 SaaS 제품 출시에 그쳤다. LG CNS, 티맥스소프트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이제야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구축형 SW 시장에 이어 SaaS마저 외산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SaaS는 시스템 인프라 전반을 이전하는 IaaS보다 도입이 쉽다. 한 번 도입하면 확산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제품 종속도 빠르게 진행된다.

국내 패키지SW 기업의 SaaS 개발과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도 개발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의 SaaS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기존 제품을 SaaS 버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안 돼도 1∼2년이라는 시간과 추가 개발 비용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aaS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해서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SaaS 분야의 외산 기업 종속화도 이제 시작 단계”라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SaaS에 종속되지 않도록 국산 SaaS 장려책과 중소기업 SaaS 개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