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추락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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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추락하기 직전이 돼야 조종간을 움켜쥐는 조종사가 있을까. 보통의 조종사라면 기체가 조금만 흔들려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을까. 추락할수록 비상 조치를 추가해서 취하겠지만 첫 조치가 추락 이전에 시작된다는 게 중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몰락 직전까지 방치되는 기업은 없다.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대응한다. 사태가 커진 이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망 이용대가 논쟁이 갈수록 뜨겁다. '기업 이기주의'라는 눈총이 따갑다. 통신사가 “과욕을 부린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무임승차를 노린다”고 힐난한다.

통신사는 현실을 위기로 파악한다. 이대로 트래픽이 증가하면 유무선 인터넷 망에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망 이용대가 문제를 제기한다. 비용을 분담하자고 제안한다. 통신사 '이익이 많지 않으냐'고 지적하는 게 적절할까. 비행기든 기업이든 몰락 직전에 대책을 마련하면 늦다.

CP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초거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데 망 이용대가마저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화질을 높이고 사업도 키우고 싶은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 “망 이용대가가 안 오르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이미 오른 뒤 대책을 마련하면 늦다.

결국 망 이용대가 문제에서 통신사와 CP 심정은 같다. 당장은 견딜 만하지만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현실만 두고볼 게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이 올해 안에 나올 예정으로 있다. 통신사와 CP의 두려움을 얼마나 해소시켜 줄 수 있느냐가 가이드라인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