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감축 자율적으로 … 정부는 부실대학만 가린다

대학 정원감축 자율적으로 … 정부는 부실대학만 가린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주도했던 대학 입학정원 감축이 앞으로는 각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

정부는 대학들이 자율적인 감축을 통해 건강한 체질을 갖추도록 유도하면서 부실·비리 대학을 가려내는 역할만 맡는다.

교육부는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각 대학이 인구 감소·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변화에 맞게 역량을 갖추고 혁신하고 있는지 정부가 진단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3년마다 하는데 2015년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였다가 2018년 이름을 바꿨다.

1·2주기 대학 평가는 사실상 입학 정원 감축의 도구였다. 정부는 평가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을 차등 권고했고, 재정지원과 연계해 추가 감축을 유도했다. 이는 5년간 대학 정원 5만여명을 줄이는 결과를 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불만과 함께 실적주의 등 부작용을 낳았다.

이날 교육부는 앞으로 정원 감축 규모나 방법은 대학이 알아서 정하도록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그 과정이 적정한지 지켜보면서 혈세를 지원할 만한 대학인지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진단 기능은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정하는 것으로 단순화된다.

1·2주기 대학 평가가 '옛날 군대의 비만부대 관리' 방식이었다면 2021년 진단은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다이어트'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대학들은 2021년 진단에 앞서 자체적으로 적정 정원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입학생을 줄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입시 현실과 특성화 계획 등을 고려해 적정 규모를 잘 정해야 2021년 진단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아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다.

교육부는 적정 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해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배점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13.3% 수준이었다.

대학들이 정원 감축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에 대비해 '유지 충원율' 지표가 신설된다. 2021년 진단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는 대학은 이후 3년간 학생 충원율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재정 지원 자격을 사수할 수 있다.

교육의 질 제고를 유도할 지표도 강화된다. 전임교원 확보율 배점이 4년제 기준으로 10%에서 15%로 강화된다. 학사구조·학사제도·교육과정·교수학습방법 등의 개선 여부도 진단한다. 부정·비리가 확인된 대학, 2018년 진단 결과 권고받은 정원 감축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 2021년 진단에 허위·과장 실적을 제출한 대학은 점수나 등급이 깎인다.

정원 감축을 원하지 않는 대학은 기본역량진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진단 참여가 자율에 맡겨지는 것은 처음이다. 다만 진단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정원 감축이 대학 자율에 맡겨졌는데 수도권 중심으로 서열화된 입시 구조는 그대로이므로 지방대가 훨씬 큰 정원 감축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방대 부담을 덜기 위해 지역대학 배려 장치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90%를 5개 권역 기준으로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 10%에서 전국 단위로 선정하기로 했다. 2018년 진단 때는 권역 기준으로 83.3%를 먼저 뽑았는데 이 비율을 소폭 늘렸다.

또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핵심 지표의 만점 기준을 각각 수도권·비수도권 또는 권역별로 분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식은 하반기 확정한다.

기본역량진단의 기능이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 선정으로 단순화되므로, 재정지원제한대학은 별도 평가를 통해 지정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 진단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평가는 모든 대학이 대상이고, 재정 건전성과 교육 여건 등 정량지표로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시안에 관해 대학 의견을 수렴한 뒤 내달께 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방법은 연내 확정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