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무인계산대·전자가격표시기 속속 도입...'미래형 매장' 구축 속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실적 부진에도 디지털 혁신을 위한 신기술 도입에 속도를 낸다. 단기적 비용절감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형 점포 구축을 위한 기술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다.

18일 이마트는 2분기 IR자료를 통해 올해 안에 무인셀프계산대(SCO)와 전자가격표시기(ESL)를 전국 139개점에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 점포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90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무인계산대의 경우 남은 하반기에 나머지 50여개 점포에도 확대 도입한다. 지난해 전국 31개 점포에 시범 운영했던 전자가격표시기 역시 올해에만 108개 점포에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롯데마트 역시 무인계산대를 작년 상반기 10개 점포에서 올해 46개 점포로 대폭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서초점의 경우 전체 이용객 절반 가량이 무인계산대를 사용하는 등 이용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며 “무인계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올해 하반기에 상품 스캔과 결제를 분리한 '세미-셀프 포스'를 27개점에 시범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직원이 스캔을 담당하고 결제는 직접하는 이원화 구조로 회사 측은 기존 완전 셀프 방식보다 결제 시간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7억원 상당의 인건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이 역시도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리테일테크'의 일환이다. 여기에 IT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전자가격표시기의 경우 과거 종이에 표시했던 가격을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중앙 서버에서 자동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ESL를 시범 도입한 이마트 죽전점의 경우 종이 쇼카드 교체와 관련된 업무량을 9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디지털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더 효율화 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입장에선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아날로그 형태의 단순 반복 업무를 최소화해 남은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는 인건비 부담을 극복하는 데도 초점이 맞춰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고정비는 이마트 실적 하락을 가속화했다. 실제 지난 1분기 이마트 판관비는 81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했다. 2015년 2조6879억원이던 판관비는 지난해 3조3204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부 기조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규모 인력감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됐던 기존 인력을 다른 업무에 재배치하는 형태로 운영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신기술 도입 확대에 따른 진통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마트노조는 “무인계산대 확대가 계산대 인력 구조조정을 부추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이마트 측은 언택트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른 기술 도입이며 인력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