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양국관계 다시 격랑 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2016년 11월 체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3년 만인 오는 11월 종료된다. 지난 2일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조치가 결정된 이후 20여일 만에 내려진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다. 징용배상 판결 문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싸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정은 오는 24일까지 한일 양국 어느 쪽이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1년 연장될 예정이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NSC 상임위를 개최해 협정 종료를 결정했다. 이후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임위 결정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1시간가량 토론을 진행한 끝에 협정 종료 결정을 재가했다.

종료 결정 배경에 대해 김 차장은 “일본 정부가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양국관계 다시 격랑 속으로

당초 청와대와 정부는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과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쪽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일정상회담 제안, 두 번 특사 파견 등에서 일본 정부가 호응하지 않았고, 최근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일본의 공식 반응이 없었다.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부 장관면담에서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자 종료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실 정부 내에서 7월 말까지 상황을 보면 지소미아 유지 의견이 다수였고 그 쪽으로 가는 듯 했다”면서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제외한 상황에서 안보협력 관계를 전제로 민감한 군사안보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지소미아 효용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본이 먼저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전위시킨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제 양국이 교환해온 정보의 양도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모두 효용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지만 이와 상관없이 한미일 간 군사 기밀정보 교환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3국이 별도 기밀정보 공유 협약인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보동맹 차원에서 한일 양국이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 평가를 내린 상황인 만큼 예전 수준의 공조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한미동맹과 관련해서 청와대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검토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가 한일 간에 소통했던 부분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미간 끊임없이 공조를 강화하면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논의도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