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79>투자자를 모을 때는 이분법적 사고를 활용하라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79>투자자를 모을 때는 이분법적 사고를 활용하라

우리는 외부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으면 이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해당 정보를 조직화(information organization)하는 경향이 있다. 범주화 과정에서 우리가 보이는 공통된 기질 중 하나로는 우리는 이분법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대상을 세네 가지 이상으로 분류하기보다는 두 가지로 분류해 판단하는 것을 선호한다. 남자와 여자, 아군과 적군, 보수와 진보, 흑과 백처럼 명품과 일반제품, 남성용품과 여성용품, 일반인용과 전문가용, 수입품과 국산품,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등으로 분류하길 좋아한다. 기업은 이 점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자사의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이트맥주는 범주화를 활용해 커다란 성과를 보인 대표 사례다. 원래 맥주시장은 국산맥주와 수입맥주로 범주화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주 시장에 새로이 진출을 모색하던 하이트맥주는 1993년 시장에 첫 제품을 출시하면서 '150미터 지하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자신이 만든 맥주는 여타 맥주와는 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물은 가려 마시면서 왜 맥주는 가려 마시지 않는가'라는 의구심을 던지면서 맥주시장을 한 번에 물이 깨끗한 맥주와 그렇지 않은 맥주로 양분화한 것이다. 이러한 광고는 당시 소비자로 하여금 맥주를 고를 때 물이 깨끗한 맥주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이트는 오랫동안 맥주 시장을 지배해 왔던 기존 국내 맥주회사를 손쉽게 침투할 수 있었다.

한때 국내를 대표했던 컴퓨터 회사였던 삼보컴퓨터에서 진행한 프로모션도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TV 광고에서 박찬호 선수와 함께 '체인지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다른 컴퓨터들은 CPU를 교체해 주지 않지만, 삼보컴퓨터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CPU를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유일한 컴퓨터라는 사실을 어필했다. 당시 TV광고에서 사용한 문구인 '세상에는 두 가지 컴퓨터가 있다. 안 바꿔주는 컴퓨터, 바꿔주는 체인지업'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삼보컴퓨터의 이러한 홍보 전략은 크게 성공을 거두어 높은 판매고를 달성했다.

외제차의 국내 시장 공세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계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역시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프로모션 내용은 구매한 후 새 차를 산 고객의 마음이 바뀌면 다른 차종으로 교환해주고, 구입한 지 1년 안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새 차로 바꿔주는 획기적인 판매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TV 광고를 통해 바꿔주는 자동차와 바꿔주지 않는 자동차로 구분해 전달했다. 자산을 제외한 여타 자동차는 소비자의 단순 변심 내지 불만일지라도 교환을 해주지 않지만 자신만은 유일하게 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제시한 것이다. 이 역시 양분화한 범주화 전략을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통해서 우리 인간은 '범주적 사고(categorical thinking)'를 통해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용어와 개념 역시 이전에 누군가 범주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이상에서 열거한 범주적 사고방식은 창업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많은 창업자는 이전까지는 본적이 없는 새로운 제품 내지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려는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자에게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고, 기존 제품에 대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 고객을 설득해 자신의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와 '이번에 새로이 출시한 제품과 서비스'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범주화 작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창업 초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