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정부, 내년도 바이오 국산화에 128억 투입..실제 활용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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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공장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공장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에도 기술독립, 독자기술 확보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바쁘게 움직인다. 현재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원부자재 국산화 전략이 수립 중에 있다. 정부는 내년 100억원 이상 투입, 단기적으로 국산화 가능한 원부자재 개발에 착수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 생산 부문 원부자재 국산화에 내년 12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당초 20억원 수준으로 논의되다 일본 무역규제 이슈가 터지면서 6배 이상 대폭 확대해 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번 사업은 5월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혁신전략에 포함된 내용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가동에 필요한 원부자재·장비를 국산화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전·후방산업 동반 성장을 견인한다는 목표다.

실제 우리나라(52만 리터)는 미국(180만 리터)에 이어 세계 2위 바이오의약품 생산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원부자재와 장비는 국산화율이 16%에 불과하다. 최근 일본의 무역규제로 바이러스 필터 등 일부 품목 수입이 차질을 빚는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원부자재 국산화로 생산비용 절감, 바이오 의약품 가격경쟁력 향상, 품질 제고 등을 이루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는 당초 계획보다 예산을 대폭 늘려 내년부터 바이오의약품 생산 원부자재 국산화 사업을 시작한다. 당장 내년에 투입할 예산은 128억원이며, 상반기 중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우 산업부 바이오융합산업과 서기관은 “현재 기본계획은 수립돼 있고 상세기획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현재 16% 수준인 원부자재 국산화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위원회를 꾸려 단기, 중기, 장기로 국산화가 필요한 품목을 확정한다. 일본산 비중이 높은 바이러스 필터부터 배양액인 배지, 정제에 쓰는 레진 등이 우선 국산화 품목으로 꼽힌다. 개발기업-수요기업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한다.

관건은 합리적인 품목 선정과 도입이다. 현재 국산 원부자재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 단순 품목으로 부가가치가 낮다. 또 국산 제품이 없더라도 시장성이 떨어질 경우 무리하게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제품이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기술 장벽이 높아 개발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다국적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거나 부가가치가 낮아 개발할 필요성이 낮은 것도 상당한데 시장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했다고 해서 국산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기업이 쓰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들 기업은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의약품을 개발·생산한다. 결과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부자재를 국산제품 이용을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 충분한 성능·신뢰도 검증과 함께 수요기업의 도입 의지가 중요하다.

김 서기관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우리 바이오기업이 얼마나 써주는지가 관건”이라면서 “3년 이상 긴 호흡을 갖고 제품 개발과 실증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