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방대한 데이터 기반으로 AI 발전시키는 국내 게임업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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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뢰성 높은 운영 서비스를 구축하고 신기술을 사용해 다양한 패턴을 생성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고 게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것이 목적이다.

AI는 게임이 출시되기 전 제작·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고 출시한 후에는 운영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아직 기획 단계에서 AI가 스스로 게임을 창작하지는 못하지만 아트 에셋 작성이나 단순 반복작업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매크로에 스스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AI를 입혀 게임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테스트 단계에서는 적은 인력으로도 효과적으로 게임 품질을 시험한다. 미국 EA는 64인용 멀티플레이 테스트를 AI를 통해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또 버그, 보안 이슈도 사전에 감지해낼 수 있다.

게임 출시 후 활용 범위는 더욱 넓다. 이용자 게임 이해도, 수준, 플레이 패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활용된다. 게임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게임 내 밸런스와 난이도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한 NPC는 이용자 상황과 실력, 난이도에 따라 사용할 스킬과 전투 방법을 실시간으로 찾고 대응해 게임 흥미를 더하게 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게임 산업 핵심 AI 기술은 크게 네 가지다. 심층 강화학습 기술, 절차적 콘텐츠 생성 기술, 이용자 행동 기반 게임 애널리틱스 기술, 인게임 행동 데이터 마이닝 기술이다.

심층 강화학습은 강화학습에 딥러닝을 적용한 딥큐러닝(DQN)을 통해 누적된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도 AI를 만들어낸다. 주로 NPC AI에 활용된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 기술은 게임 내에서 AI에 의해 자동 또는 한정된 입력으로 무한에 가까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기술이다. 게임 맵, 레벨, 게임 규칙, 스토리, 퀘스트 등을 포함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주어지는 제약사항 조합을 최대화하도록 콘텐츠를 생성한다.

이용자 행동 기반 게임 애널리틱스 기술은 기존 애널리틱스 범주를 넘어 인게임 행동 분석과 소셜 영향평가를 통해 서비스 요구사항 변화 요인을 추적하기 위한 기술이다. 인게임 행동 데이터 마이닝 기술 역시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에 필요한 최적 데이터를 자동으로 선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황 변화의 주된 요인에서 기계학습으로 터득되는 상관관계를 자동으로 산정해 이를 활성화하거나 제한하기 위해 학습 대상을 자동으로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는 이 같은 기술과 함께 데이터 분석 기반 AI 기술 확보에 필수 데이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AI를 개발·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도 초반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며 쌓은 많은 데이터 덕분이다.

엔씨소프트는 일찌감치 투자와 연구를 시작했다. 2011년 AI를 차세대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R&D 조직을 꾸렸다. 대표 직속 조직으로 게임 AI와 스피치, 비전 AI를 연구하는 AI센터와 언어 AI, 지식 AI를 연구하는 자연어처리(NLP)센터를 운영한다. 인력은 150명 규모다.

'블레이드&소울' 비무, 무한의탑 등에 이미 AI 기술을 적용했다. 음성 인식기능도 AI 투자 산물이다. 간단한 명령부터 게임 내 모든 플레이가 가능한 음성명령을 탑재한다. 게임에만 사용되는 특화 용어를 알아듣는 음성인식 AI가 목표다. 애플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스, 아마존 알렉사 등 데이터가 훨씬 더 많은 영어 기반 음성명령 시스템도 아직 상용게임에 적용하지 못한 기술이다.

또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처럼 게임 개발과정에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AI 도입도 시도한다. 모션인식 기술과 같은 AI 응용기술을 통해 번거로운 수작업을 줄일 수 있다. 아티스트는 현실감 있는 게임 캐릭터를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야구 정보 서비스에도 AI를 도입했다. 영상편집은 인력이 게임 하이라이트 구간을 편집해 영상을 만들어야 했는데 '딥러닝'을 통해 야구화면을 이해하는 AI가 결정적인 장면만 편집해 제공한다.

넷마블은 지난해 넷마블 AI 레볼루션센터(NARC)를 설립해 게임 테스트를 자동화하는 기술부터 난이도 조절, 핵 및 매크로 탐지 방법 등 AI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65건이 넘는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콜럼버스와 마젤란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글로벌 파이어니어를 꿈꾸는 넷마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머신러닝으로 게임운영을 고도화한다. 기존 플레이어층을 유지하고 플레이어 이탈 요인을 분석 예측한다.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다. 게임 내 발생하는 이상 징후나 버그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다. 부정 플레이어 색출도 가능하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AI 플레이어와 개발자를 활용해 게임 개발과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다. 인터넷 연결이 끊겨도 AI 에이전트가 플레이어 대신 게임을 진행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인게임 장면에 적용할 수 있는 음성과 애니메이션용 AI도 개발 중이다. 작년 지스타에서 실험적으로 세븐나이츠2 버추얼 캐릭터 '렌' 라이브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넥슨은 인털리전스랩스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00명 이상이 연구를 진행한다. 넥슨이 얻는 하루 평균 데이터만해도 10테라바이트(TB)가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 기반 어뷰징탐지시스템(LBD)을 비롯해 매치메이킹시스템, 액티브 어드바이저 등 게임 플레이 재미를 높여주는 시스템을 구현한다.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얻는 플레이 경험은 재미를 주기도 하고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이용자 경험을 분석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인텔리전스랩스의 주된 목표다. 넥슨 자체 분석결과 어뷰징 오탐지는 1% 미만이다.

넥슨 개발 스튜디오 왓스튜디오 '듀랑고'는 지형을 자동 생성하기 위해 절차적 콘텐츠 생성기술을 접목하기도 했다.

이외 기계학습을 통해 게임 밸런싱을 자동화한 쿠키런이나 NHN 바둑 '한돌' 모두 게임 AI 사례다.

개발과 운영 등 넓은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국내와 달리 서구 개발사는 '잘 놀아주는' AI 고도화가 다른 분야보다 먼저 성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 운영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2, 밸브 도타2 등에서 AI가 프로게이머와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인지와 대응 등 경우의 수가 많은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이나 도타류 게임은 인간 우세가 점쳐지는 장르였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다양한 난dl도를 제공하는 AI가 게임에 적용되면 게임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것은 물론 정형화된 게임 패턴에서 벗어나 게임 경험이 다채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해외 게임 업체는 자체적으로 혹은 외부 협력을 통해 게임 AI 연구를 하고 있다.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유니티는 개발키트에 '머신러닝 에이전트'를 탑재했다. 구글도 클라우드AI 플랫폼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AI를 만드는 데 필요한 API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