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 신산업은 기술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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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이 경제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기술 확보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기술을 가진 나라·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경쟁력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중간 그룹 역할이 없어지고 최상위 기술 경쟁력을 가진 곳만 승자가 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구글이 유튜브를 앞세워 세계 동영상, 포털 시장을 장악한 것이 대표 사례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중국 인터넷 업체가 세계 각국 유망한 게임 업체를 인수하는 것 역시 승자독식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미 강대국과 글로벌 기업의 '산업 제국화' 경향이 뚜렷하지만 승부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통신, 에너지, 빅데이터, 핀테크 등에서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중상위권 이상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최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치열한 도전을 하고 있다.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 그리고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이 AI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현재 사업영역에 만족하지 않고 활발하게 수평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동영상 산업 패권과 온라인 게임 중심이 각각 미국과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반전을 노린다.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췄다. 하지만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장비 국산화율은 16%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 생산 부문 원부자재 국산화에 내년 128억원을 투입한다. 당초 20억원 수준으로 논의하다가 일본 무역규제 이슈가 터지면서 6배 이상 예산을 확대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국계 기업이 장악한 국내 빅데이터·클라우드 시장도 국내 업계 반격이 시작됐다.

KT, NHN,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 국내 기업은 올해 대규모 투자와 신규 서비스 출시, 국내외 기업과 협업 계획 등을 발표했다. AWS 등이 80% 이상 차지한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집중한다. 현지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금융, 의료, 교육 등 분야에서 특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사물인터넷(IoT)은 유니콘(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벤처기업)이 탄생하기 좋은 조건을 가진 산업이다.

IoT는 공장, 에너지, 의료, 생활, 자동차 등 모든 영역 기기·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초연결 시대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5~6년 이내 세계시장은 약 5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IoT 기업은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보면 평균 이상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미국과 기술 격차가 크고 일본에 근소한 차로 뒤처진다. 최근에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IoT는 서비스 품질이 중요하다. 얼핏 접근 자체가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시장에 나온 SW 플랫폼과 통신모듈 등 주요부품을 활용하면 중소기업도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영역이다.

핀테크, 혹은 테크핀으로 불리는 새로운 금융기술은 역시 우리나라 독자 산업 생태계를 꾸릴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기반 결제 기술과 문화가 보편화된 국가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이를 통한 온라인 상품구매, 거래 역시 활발하다. 인터넷은행 출범을 기점으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이 메신저와 포털을 활용한 페이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금융과 유통, 통신, 에너지 등 각 산업 분야를 연결하는 신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토스, 렌딧 등 이용자 편의를 돕는 스타트업 역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규제가 유일한 장벽이다.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울타리를 치되 산업계가 자유롭게 아디이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묘수가 필요하다.

에너지 산업은 이미 우리나라가 일부 영역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분야다. 태양광 모듈 빛 반사율을 최소화하는 ARC(Anti-Reflective Coated Glass·Cell) 기술이 그것이다. 한화큐셀 등 우리나라 기업은 지리적으로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일조량이 적어 빛 반사를 최소화하고 발전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

환경파괴 등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4월 네덜란드 최대 린지워드 수상태양광 발전소(1.87㎿)에 태양광 모듈 전량을 납품했다. 같은 해 말에는 납(Pb)이 포함되지 않은 자재만을 사용한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출시했다.

세계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도입 속도가 더디다.

국내 수상태양광 발전소 건설은 2013년 처음 소규모 발전소 1개가 지어진 이후 2018년 9월까지 누적 45개를 짓는 데 그쳤다. 설비용량은 이제 갓 ㎿급으로 성장했다. 수상생태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