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1>스마트폰을 통해서 본 제조업의 거시 동향

스마트폰은 애플이 2007년 6월 출시한 이래 매년 4억대 이상이 판매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며 전체 이익 가운데 약 65%를 가져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스마트폰을 통해 제조업의 최근 동향을 알아보자.

스마트폰은 연구개발(R&D), 설계, 부품제조, 조립, 마케팅, 배송, 판매의 가치사슬을 거쳐 만들어진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신기술 개발, 제품 설계, 제품 스펙 결정과 같은 핵심 역량으로 가치사슬을 지배한다. 가치사슬에는 수많은 부품 기업이 참여하며, 새로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지도가 높은 제조사일수록 역량 있는 부품 기업으로 가치사슬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고급 스마트폰을 생산,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에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 제조사는 이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애플을 포함한 소수 제조사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이유다.

스마트폰 수명 주기는 대략 2년이기 때문에 제조사는 거의 매년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고 차별화시킨 신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제조사의 새로운 요구에 대응해 부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부품 기업으로 가치사슬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대응하지 못하는 부품 기업은 퇴출된다. 이에 따라서 부품 기업 역시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며, 질 좋은 부품을 가장 싼 가격으로 가장 신속하게 공급하고 있다. 부품 기업 가운데에는 제조사보다 이익률이 높은 플랫폼 기업도 있다.

완성품이 창출하는 총이익은 가치사슬의 각 과정에서 얻는 이익의 합이다. 1970년대 이전에는 완성품을 만드는 조립 단계에서 가장 큰 이익이 나왔다. 조립 라인이 자동화됨에 따라 조립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 가치는 빠르게 줄어들었으며, 신기술 개발이나 제품을 설계하고 부품을 제조하는 단계와 완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에서 더 큰 부가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가치사슬의 양쪽에서 큰 부가 가치가 창출되는 반면에 중간의 조립 단계에서는 대체로 적은 부가 가치가 창출되는 부가가치 곡선의 모양이 웃고 있는 입모양과 같다고 해서 스마일 곡선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에는 15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 있다. 고급 스마트폰에서 원가 비중이 큰 부분은 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 16~21%, 프로세서·베이스밴드 10~18%, 저장(칩) 4~5%, 메모리 6~10%, 케이스 7~9%, 기타 부품 13~22%, 조립공정 1.5~2.5%, 특허 라이선스 11~12%다. 몇몇 부품이 전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조립공정 비중은 매우 낮으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타 부품도 비중이 크지 않다. 이에 따라서 제조사는 폴더블 스마트폰 같은 신제품 개발, 고부가 가치 부품 등 수익성이 큰 부분에만 집중하고 조립과 같은 수익성 낮은 부분은 글로벌 분업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알아본 제조업 동향은 다음과 같다. 완성품 제조사는 글로벌 가치사슬 덕택에 신기술을 빠르게 사업화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제조사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기술 개발, 설계, 특수부품 제조, 판매, 서비스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 외부 역량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나 단순조립과 같이 이익이 적은 부분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활용하고 있다. 완성품 기업도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역량을 특화시킨 부품 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 부품 기업은 양질의 특화된 제품을 가장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 돼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생존할 수 있다. 자동차, 항공기, 의료장비 등 다른 완성품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조업의 거시 동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음 주에는 제조업의 세부 동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11>스마트폰을 통해서 본 제조업의 거시 동향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