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태풍家 친인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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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세를 잃기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를 찾는 불청객이 있다. 가능하다면 우리나라보다 일본이나 중국으로 향해주기 바라는 얄팍한 마음도 들게 한다. '태풍'이 그 주인공이다.

태풍은 중심부 최대 풍속이 초속 17미터가 넘는 열대성 저기압을 뜻한다. 풍속이 초당 33m를 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중심 부근일수록 바람이 강하다. 소멸까지 7~10일 정도가 소요되며, 강한 폭풍우를 동반해 적지 않은 피해를 안긴다.

이달 초 우리를 찾은 태풍 '링링'은 8일 저녁 기준 2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농작물 피해 면적은 1만4000헥타르를 넘어섰고, 시설물 피해 건수도 365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링링이 우리나라를 덮친 직후에는 태풍 '파사이'가 일본에 향해 더 큰 피해를 안겼다. 태풍은 단순히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인명, 재산 피해를 불러온다.

태풍의 고향은 적도 부근이다. 이곳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고위도로 이동한다. 적도 부근은 다른 곳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게 돼 태풍이 발생하게 된다. 바람이 공기 온도에 따른 기압차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태풍이 적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보통 해수면 온도가 27도 이상인 열대 해역에서 태풍이 탄생한다.

태풍은 형제가 많다. 태풍은 북서태평양 필리핀 근해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명칭일 뿐이다. 이름으로는 익히 들어본 사이클론, 허리케인이 태풍과 형제지간이다. 사이클론은 인도양과 아라비아해, 뱅골만에서 발생한다. 허리케인은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멕시코만 등 북중미 지역에 영향을 끼친다.

'토네이도'로 불리는 먼 친척도 있다. 토네이도는 중심으로 바람이 선회하며 분다는 점에서 태풍과 유사하다. 뜨거운 바닥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로,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발생 지역이 다르고 원인과 속도, 소멸시간 등 많은 부분에서 전혀 다르다.

출생지부터 다르다. 중위도 대륙이나 해양에서 발생한다. 대부분이 미국, 그것도 동부에 고향을 두고 있다. 토네이도 발생 원인은 상층부 대기가 차갑고 건조할 때, 지상에서 갑작스럽게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대기불안정이다. 미국 동부의 경우 서쪽 로키산맥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상층부 공기와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더운 공기가 만나는 곳이다. 대기가 특히 불안정해 토네이도 발생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다른 부분에도 차이가 있다. 토네이도가 훨씬 작고, 더 쉽게 사라진다. 최근 링링의 경우 우리나라 전역을 세력권에 뒀던 반면에 토네이도는 기껏해야 반경이 수백미터 수준이다. 수명도 몇 시간이 채 되지 않고 이동거리도 짧다. 그러나 성질은 훨씬 포악하다. 최대 풍속이 초당 100m를 넘는 경우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용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014년 6월에 최대 초속 60m 용오름이 경기도에서 발생해 30분 동안 2㎞를 이동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