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車·산업용 시장 진출…한국 전력반도체 자존심 세운다

황창섭 KEC 대표.
황창섭 KEC 대표.

“KEC는 '한국 전력반도체의 자존심'이라고 자부합니다. 이제 자동차와 산업용 시장에서 새로운 50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전력반도체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반도체의 하나로 꼽힌다. 온세미, 르네사스, 롬, 인피니언, 도시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KEC는 국산 전력반도체 기술로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국내 비메모리 기업 가운데 드물게 자체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국내외 시장에 전력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황창섭 KEC 대표는 “KEC는 미래 50년을 자동차와 산업용 시장에 걸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전기차로 진화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전력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공장, 자동화 등으로 산업용 시장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늘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봤다. 친환경 에너지 부문은 전력 변환·저장·전송 분야에서 전력반도체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국내 전자 기업의 외산 전력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KEC가 국산 제품으로 공헌하고 싶었다”면서 “품질 검증이 까다로운 자동차 시장은 엔터테인먼트용 중심으로 칩을 공급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 제품군을 확대, 국산 비중 확대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EC는 중장기 제품 로드맵을 마련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력반도체 전문 개발 엔지니어를 확보·양성하는 데에도 적극 나섰다. 우선 경북 구미에 있던 연구소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로 이동했다. 연구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자유롭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 엔지니어와 대학생 대상으로 전력반도체 기술을 교육하는 세미나도 기획하고 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서울 본사에서 기술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황 대표는 “업계와 대학에 KEC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을 알리면서 전력반도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이라면서 “본사에 공간을 마련해 반도체 스타트업이 실험이나 기술 평가를 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EC는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집중 양성해 2025년 매출 4200억원, 경상이익 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설정했다. 현재 컨슈머 시장 비중이 총 매출 80% 이상이지만 2025년에는 신규 시장에서 약 40%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1500억원을 투자한다.

황 대표는 “KEC는 비메모리 부문 종합반도체(IDM) 기업으로서 그동안 자체 개발·생산을 모두 했지만 앞으로 외부 전문 회사와 협력, 생산·패키징 등을 강화하고 핵심 분야인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한국 전력반도체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더 알려 나갈 수 있도록 미래 50년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지겠다”고 역설했다.

KEC는 우리나라 전자 산업과 궤를 같이하며 성장했다. 외산 부품을 수입해 흑백 TV를 생산하던 당시 KEC는 창업주 곽태석 회장이 일본 도시바와 합작한 '한국도시바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정부가 전략적으로 전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자를 적극 유치했고, 이에 발맞춰 구미공단 1호 기업으로 출발했다.

지금까지 KEC 성장을 이끈 제품은 소신호 트랜지스터(SSTR)다. 정전압·정전류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거나 발광다이오드(LED),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구동하는 데 사용된다. 개별 소자인 SSTR 여러 개를 집적하면 집적회로(IC), 메모리, 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가 된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수십 개 SSTR가 사용된다. KEC가 외산에 의존하던 SSTR를 국산화하면서 한국 전자 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