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4>90년대생이 몰려올 때 필요한 것은 개방적 소통문화다

창업자의 공통된 애로 사항 중 하나가 직원과 소통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부쩍 창업가로부터 소통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을 자주 듣게 되는 배경에는 '90년대생'과 큰 관련이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최근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90년대생들이 몰려오고 있다' 특히 창업 초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직원을 선발하다보면 경력이 적은 직원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린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직장생활 역시 다른 가치관 속에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주된 소비자층 중 하나가 이들 199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창업가는 무조건 본인이 가치관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늘날 글로벌 혁신 기업의 두드러진 공통점 중 하나는 개방적인 기업문화다. 개방적 기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급변에서 찾을 수 있다. 회사 지속성장을 위해 가장 중시했던 연구개발 부분마저도 최근에는 아웃소싱을 하거나 제휴를 통해 해결하는 추세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여해 얻은 기술이 시장 상황 변화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를 찾거나 기술을 대신 개발해줄 외부 기관을 찾는 게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기술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인력을 통한 개발과 이에 대한 보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가 구축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개방적인 조직 문화는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사라는 조직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부서, 팀, 계열사 등으로 구성원을 분류한다. 이러한 분류는 같은 회사 구성원 사이에서 서로를 구분 짓는 요인이 되기도 하고, 타 부서 혹은 타 계열사와 소통을 가로막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사내 분야별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같은 회사라도 담당 업무가 다르면 내용을 이해하고 업무 진행사항을 정확히 숙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세기 세계 일류 기업이었던 제록스의 몰락도 기업 내부의 폐쇄적 문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원천을 조직이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채지 못해 세계적인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65.3%와 경영자 46.0%가 조직 내 소통 부재를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조사에서 기업 소통을 업무적 소통(업무 지시와 보고, 피드백, 정보 공유 등)과 창의적 소통(아이디어 제안과 부서 간 협업 등), 정서적 소통(교류와 공감, 상하 간 배려 등) 등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한국 기업은 3대 유형이 모두 미흡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위계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조직 문화였다. 응답 중 '상명하복식의 위계 문화(32.9%)'가 가장 많았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부서 이기주의(32.1%)' '지나친 단기 성과주의 강조(31.4%)' 등이 뒤를 이었다. 위계질서가 명확한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 개방적 소통 문화가 더 강조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4>90년대생이 몰려올 때 필요한 것은 개방적 소통문화다

현대 기업에게 개방적 조직 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헨리 체스브로 버클리대 하스 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 중요성은 기본이며, 그중에서도 '열린 혁신'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고 역설한 바 있다. 개방적 문화 속에서 이루어낸 혁신이 기업 지속적 성장을 가져다 줄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