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어떻게? 이렇게!

 

AI가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어떻게? 이렇게!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채용시장의 문이 열렸다.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기업들이 많은 만큼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채용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AI(인공지능)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있는 추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AI 활용 여부에 대해서는 77.9%가 ‘활용할 계획이 없다’, 10.7%는 ‘활용할 계획이 있다’, 11.4%는 ‘이미 활용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과 활용계획 기업이 모두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올 하반기 채용에 LG, 롯데, KT, SK, CJ, GS, 농협, KB국민은행 등 다양한 기업이 채용 절차에 AI를 도입했다.
 
AI 채용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채용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고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많이 없어 구직자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 지 막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AI를 채용에 왜 도입하고 어떻게 평가에 활용하고 있을까. AI가 어떻게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를 하는지 실제로 채용서류평가에 활용되고 있는 시스템을 경험해 보았다.
 
◆ AI는 자기소개서를 다양한 방법으로 읽고있다.
 
먼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AI 채용서류 평가 서비스 카피킬러 HR 에 등록한 뒤 검사를 시작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검사 결과가 나왔다. 화면에 보이는 검사 결과와 차트와 점수를 보며 채용담당자가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고 한다. 자연어 분석 전문기업 무하유가 개발한 카피킬러 HR은 ▼기본검사 ▼표절검사 ▼직무적합도평가 ▼AI평가 순으로 진행되며 블라인드 채용에 필요한 ▼블라인드체커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본검사에서는 비속어, 맞춤법 오류, 반복단어 등 7가지 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검사는 수만 건의 자기소개서에서 채용담당자가 찾아내기 힘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AI가 자동으로 걸러낸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 타 기업명이나 지원한 기업의 기업명을 잘못 작성한 경우, 비속어, 맞춤법, 반복단어/문장 등 감점 요인이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다. 실제 검사 결과를 확인해 보면 타기업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기업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제출하거나 ‘ㅋㅋㅋ’와 같은 비언어를 성의 없이 작성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표절검사는 88%가 나왔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합격 자기소개서를 참고한 탓이다. 카피킬러HR의 표절검사는 인터넷 자기소개서 예시 또는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베껴서 제출했을 경우를 찾아낼 수 있다. 카피킬러 HR이 보유한 60억 건 이상의 문서, 기업의 과거 자기소개서 지원자 상호 간 표절 여부를 검사한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 이상의 표절률을 보이면 서류전형에서 탈락한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문항별 표절률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표절률이 낮더라도 문항별 표절률이 40% 이상이라면 탈락 처리될 수 있다. 검사를 하다 보면 표절률 90%를 보이는 자기소개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는 게 무하유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무적합도 검사 결과는 방사형 차트로 제공된다. 각 꼭짓점에는 직무수행내용, 관련 자격증, 필요지식 등이 점수로 나타나 있었고 자기소개서의 어떤 부분이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NCS와 기업의 직무기술서를 기반으로 스펙보다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기능은 AI평가다. 사람이 하는 자기소개서 평가를 AI가 한다는 것이 이 기능의 요지다. 평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AI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재직자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한 뒤 지원자 자기소개서의 문장을 능력, 경험, 신념, 가치관, 포부, 지원동기 등 분류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직무별 성향이 있다면 해당 데이터를 학습해 그에 맞춘 인재를 추천한다. 실제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기업은 AI평가 점수로 커트라인을 정해 인적성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또 AI평가 기능은 자기소개서 내의 핵심문구와 자동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채용 담당자나 면접관이 평가 중 빠르게 지원자를 파악하도록 하는 용도다. AI평가 기능을 활용하면 채용담당자가 면접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무하유의 설명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대비한 블라인드 체커 기능도 있다. 화면 속 자기소개서에서 ○○○로 마스킹 된 부분을 확인하니 자기소개서에 작성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아버지’와 같은 우회적인 직업표현이었다.
 
◆ 효율적이고 공정한 채용을 실현하다.

AI 채용서류 평가의 장점은 간편함이었다. 자기소개서를 한자 한자 꼼꼼히 보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AI가 자기소개서를 분석하여 다양한 평가 요소들을 자동으로 정리해 준다면 기업은 투입되는 비용, 인력, 시간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카피킬러 HR을 사용하고 있는 모 공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이전에는 1~2주 밤을 새워가며 진행했던 서류평가를 단 3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며 “AI가 없었던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고 말했다.
 
구직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사람의 선입견과 편견이 제외된 AI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은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담당자가 서류를 평가하게 되면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채용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소지도 있고 평가자의 감정이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하유 관계자는 “서류 전형은 계량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피킬러 HR을 활용하면서 올해 채용에는 정성평가를 포함해 진행한 기관도 있다”며 “빠르고 정확하게 자기소개서를 정성평가 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서비스의 특장점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카피킬러 HR은 설명이 가능한 AI를 적용했기 때문에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가 있을 경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자기소개서 상의 우회적으로 노출되는 개인정보로 고충이 많다”며 “카피킬러 HR은 AI 기술을 통해 우회적인 표현을 학습 시켜 문맥을 유추하여 처리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 AI 채용의 일반화 머지 않았다.

구직자들은 사람이 평가하는 것보다 공정하다며 AI 채용을 반기는 한편 아직 생소한 AI 채용으로 인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 AI 채용을 준비하기 위한 오픈채팅방에서도 AI 채용에 대한 팁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렇다더라 하는 추측성 글투성이였다.
 
무하유 관계자는 “AI 채용은 추측, 직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AI는 채용담당자와 평가자가 자기소개서보다 더 가치있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툴이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형인우 기자 (inw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