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메모리 투자 재개…평택2·시안2 공장 설비 발주

삼성전자가 메모리 투자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신규 건설중인 평택 2공장과 중국 시안 2공장에 들어갈 반도체 장비 발주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세계 메모리 시황 악화로 설비 투자를 연기하거나 최소화하는 보수적 전략을 취했다. 삼성의 이번 투자는 최근 메모리 가격이 안정되고 재고 수준이 낮아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락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통과해 회복세로 접어들 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1라인 외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1라인 외경<사진=삼성전자>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 2공장(P2)에 들어갈 반도체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는 D램용으로, 내년 1분기부터 입고될 계획이다. 설비 규모는 웨이퍼 투입량 기준 월 1만장 미만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당초 내년으로 연기된 평택 2공장 발주가 최근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내년 1분기부터 장비가 순차 입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안 2공장(X2)용 장비 주문도 나왔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장비로 웨이퍼 기준 2만장 규모 설비가 갖춰질 계획이다. 삼성은 국내 유휴 설비를 시안 2공장으로 이전하고 일부는 신규 장비로 채울 방침이다.

이번에 발주된 평택 2공장과 시안 2공장의 설비 규모는 총 3만장이다. 삼성의 최신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이 10만장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3만장은 초도 설비인 셈이다. 삼성은 공장 전체를 한꺼번에 채우기보다 점진적으로 설비를 확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중국정부망>
지난 14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삼성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중국정부망>

이번 투자는 1년 넘게 장비 구매를 자제해 온 삼성전자가 재개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황이 침체되자 투자를 보수적으로 운용했다.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생산량을 늘릴 경우 공급 과잉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만 부추기기 때문이다. 평택 2공장 장비 발주도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한 차례 연기한 후 다시 내년 1분기로 미뤄진 사례다. 그러나 최근 악화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개선될 조짐을 보여 삼성 전략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큰 폭의 하락을 보이던 메모리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2개월째 추가 하락 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128Gb MLC 고정거래가격)은 7월부터 반등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그동안 쌓인 재고도 줄어들면서 시황 개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재고는 상반기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평택에 D램 1만장, 시안에 낸드 2만장 규모를 갖출 계획이지만 추가 증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안 2공장에 추진하고 있는 2만장 규모 외에 4만장 설비를 추가 구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시황 회복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반도체 장비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내년 메모리 시장을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 1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인 삼성전자의 투자 움직임은 세계 메모리 시장뿐만 아니라 장비, 소재 등 후방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축소에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지만 삼성의 달라진 동향에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실적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평택 신축 공장과 시안 공장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및 시안 신규 투자와 관련해 “설비 투자는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달 31일 열리는 이사회와 실적설명회에서 어떤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3세대 10나노급(1z) D램<사진=삼성전자>
3세대 10나노급(1z) D램<사진=삼성전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