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미움받을 용기

[데스크라인]미움받을 용기

국민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앞만 보고 달려간다. 경주마가 따로 없다. 가림막을 눈 옆에 달고 골인 지점을 향해 뛰는 형국이다. 귀마개까지 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여론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흘러나오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얘기다. 군불은 정의당이 지폈다. 검찰 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는 여당이 이 카드를 받을지 관심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도입하려면 지역구 28개 의석을 줄이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원 늘리는 것에 부정적이다. 국회의원은 가슴에 배지만 달면 외딴섬 주민이 된다. 그들만의 리그다. 목적을 위해 과정과 절차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배지는 국민이 영감들에게 부여한 신성한 권한 위임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이유는 뭘까.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중도층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념 스펙트럼에서 30%씩 차지하는 진보와 보수에는 큰 의미가 없다. 40% 정도의 중도 부동층 민심이 이반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현 정부의 결정과 선택 및 정책이 결정타로 작용한다. 이른바 헌법 상위법으로 불리는 '국민정서법'을 거스르고 성공한 정부는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인사다. 조국 장관 임명은 적잖은 흙수저 대학생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고2, 고3 수험생 학부모에게는 자괴감을 안겼다. 자력으로 아들·딸에게 눈에 띄는 프로필을 만들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 임명은 우리 사회에 불평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현 정부에도 생채기를 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졌다.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계층 이동성은 낮아진다는 가설을 증명한 듯하다. 부모의 사회경제지위(SES)가 자녀 미래를 좌우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것에 밀레니얼 청년 세대는 분노했다.

경제는 어떤가. 대다수 중소기업 사장들은 힘들다고 말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손님보다 직원이 많은 식당과 카페도 있다. 불경기를 타개하는 처방은 하위계층 20%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을 늘려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결과적으로 일자리 정부를 만들지 못했다. 올해 정규직은 1년 전에 비해 35만명이 줄었다.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87만명이 늘었다. 고용의 질 개선은 일부 공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진행됐다. 민간 영역은 오히려 악화됐다. 중소기업은 밤 늦게 일하려고 커튼이나 장막을 쳐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하기 위한 주52시간제의 명암을 따져봐야 할 때다. 규제 정책은 일관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강조하지만 혁신 성장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오락가락한다. 특히 지금까지는 기득권을 쥔 전통산업과 혁신산업 간 매치플레이에서 혁신 성장이 전패다.

국민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갈망한다. 의원수 축소를 주장하던 제2의 안철수가 나와야 한다. 어깨에 힘 주는 '의원님'이 아니라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을 바란다. 의원 정수를 오히려 10% 줄이거나 현행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공약을 하는 정치인을 꿈꾼다. 국민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하는 국회를 원한다.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고통을 분담해 주는 지도자의 출현을 요구한다. 이것이 2019년 대한민국 시대정신이다.

이 상황에서 의원 정수 10% 확대를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니 대단하다. 미움받을 용기가 있는 일부 의원님께 박수를 보낸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