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89>숫자와 비율의 차이를 기억하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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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에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문안을 작업해야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할 때도 문안 작성이 필요하며, 브로슈어 내지 리플렛을 제작할 때도 문안 작성이 필요하다. 또 제품 자체에 부착된 문안 내지 제품의 포장지에도 다양한 홍보 내지 설명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창업기업들은 창업 초기 이런 작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에서 놓치는 것들이 많다. 특히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창업가는 단순히 홍보 문구 내지 카피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숫자로 이루어진 단순 사실을 전달할 때도 남다른 노하우가 필요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일례로 높은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 '숫자'를 사용해야 하는지 '비율'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더 나아가 같은 수치라 하더라도 이를 어떤 단위를 사용해 표시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상이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팀은 3달러와 300센트라는 동일한 금액을 소비자가 실제 동일하게 인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누고 각각의 실험집단에 협조해 주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때 두 집단에 지급되는 보상금을 한 집단은 3달러로 다른 집단은 300센트로 구분해 제시하도록 설정했다.

3달러나 300센트는 사실 동일한 금액이기 때문에 두 집단의 협조 정도는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 결과 300센트를 제안받은 사람들이 3달러를 제안받은 사람들보다 협조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실험 결과는 300센트를 더 가치 있게 받아들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실험 결과를 이미 많은 기업이 자사의 마케팅 활동 속에 빈번히 활용하고 있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제품 사양 표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건강음료 시장을 재편한 '비타 500' 음료의 경우에는 비타민 함유량을 500㎎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이는 실제 0.5g 함유와 같은 양이다. 하지만 이를 ㎎으로 표시함으로써 비타민 함유량이 마치 훨씬 많은 것같이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유 역시 1ℓ 대신 1000㎖로 표시되는 이유도 여기에 해당하며, 화장품 역시 중요한 성분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단위량을 작게 해 숫자 자체가 크게 표시하고 있다.

칼슘이 첨부된 우유에서도 칼슘 함유량은 가장 작은 단위로 표시돼 있고, 각종 영양재 내지 건강 보조식품 역시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함유량을 가장 작은 단위로 표시함으로써 숫자를 크게 표시하고 있다.
이상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어떤 단위로 표현하느냐 혹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불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신뢰를 형성할 수도 있다. 지금 홈페이지, 포장지, 브로슈어 등을 제작하고 있는 창업가가 있다면 단순히 광고 카피뿐만 아니라 제시할 숫자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면밀히 확인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