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2>미래를 위해 특성화고를 살려야 한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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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자도 어렵다는 9급 공무원 시험에 여고생 6명이 합격했다는 화제가 며칠 전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 특성화고 재학생들이 국가직 지역인재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특성화고는 실업계고로 시작해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2007년에는 전문계고로 변경된 후 2010년부터 사용하는 이름이다. 1970년대 산업화시대에 산업인력 공급 기관의 중추 기능을 수행했지만 대학진학률 증가로 인해 지속 감소해 현재 학교수는 480여개, 학생수는 약 23만명에 그치고 있다. 학교와 학생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특성화고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생에 대한 취약한 노동인권과 산업안전 미비로 인해 실습 도중에 안타깝게 학생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잊을 만하면 일어나고 있다. 또 산업체의 학생 현장실습과 근로자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지원 및 준비 부족, 국가와 사회의 직업교육에 대한 부정 인식과 체계를 갖춘 지원 부족 등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에서는 올해 초 좋은 일자리로 취업을 확대, 2022년까지 직업계고 취업자 비율 6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일반계고 진학이 용이해져 일반고를 먼저 지원하려는 경향에 따라 특성화고의 학생 미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대폭 감소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청소년들이 굳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으로 직업교육 기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역교육청의 지역 실정에 맞는 직업교육에 대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장과 시·도교육감은 해당 지역의 산업 및 일자리와 연계해 특성화고와 함께 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직업 현장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참여를 체계화해서 확대해야 한다. OECD에서는 한국을 학교중심 직업교육 국가로 분류한다. 이는 기업이 학생의 현장실습이나 실무습득에 필요한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학교와 기업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사 양성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일학습병행제를 실시하는 산학일체형도제학교도 기업체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 교과 교사들의 기업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현직 교사들의 산업체 연수 기회도 확대해야 하지만 교원 양성 단계에서 양성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현장 실무 경험이 없이 학교에서만 교육받은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쌓도록 지도할 수 있을까.

넷째 특성화고는 직업 대안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학생들이 모두 전문 직업인이 되려고 특성화고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큰 관심은 없지만 기계를 다루고 동식물을 기르는 일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있다. 수학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학생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대안 교육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 직업교육은 국가의 책임 아래 체계를 갖춰 지방정부 및 기업체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와 경제 활동 인구가 감소하는 동시에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졸업과 함께 곧바로 취업문을 두드릴 수 있는 특성화고와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