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스타트업 혁신제품이라더니...알고보니 저가 수입품?

와디즈 스타트업 혁신제품이라더니...알고보니 저가 수입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인기를 끈 스타트업 개발 제품이 실제로는 단순 저가형 중국 수입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용자 불만이 늘고 있다. 프로젝트를 등록한 업체는 문제가 불거지자 펀딩 종료를 이틀 남기고 프로젝트를 조기 종료시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와디즈에 등록된 상품과 동일 상품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더 저렴하게 유통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없던 신선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 또는 미리 받아볼 수 있다는 크라우드펀딩이 단순 쇼핑몰로 전락했다는 이용자 반응까지 나온다.

와디즈는 스타트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펀딩 플랫폼이다. 소수의 거액 투자자 대신 다수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개발 중이거나 신상품을 대상으로 펀딩을 진행해 목표 자금을 달성하면 펀딩에 대한 혜택을 준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B사가 등록한 '다모칫솔'이다. 당초 이 칫솔은 칫솔모가 0.001mm(1㎛) 정도로 얇다는 점을 제품 특징으로 강조하며 홍보했으나, 한 이용자가 의혹을 제기하자 실은 3㎛라며 뒤늦게 정정했다. 업체가 제품의 스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이용자들 의심은 커졌다.

결국 중국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이 거의 1/10 가격에 유통 중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싸구려 중국 제품을 수입해 고가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다른 채널에서 더 쉽고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제품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량 구매가 전제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와디즈 측도 이런 상품은 등록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18일 기준 1억2000만원 펀딩을 모금했고 42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와디즈 스타트업 혁신제품이라더니...알고보니 저가 수입품?

B사 대표는 “중국 제조사에서 생산되고 있던 초미세모 칫솔에, 기능을 추가한 업그레이드 제품을 단독으로 개발 의뢰해 생산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제품 생산비를 제조사로부터 지원받고 그 조건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 판매 권한을 줄 것을 요청받았고 이를 구두로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제조사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통되기 시작해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어느 제조사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유사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대표는 “사업에 서툴러 구두 계약과 같은 미숙한 결정을 내려 지금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으며 프로젝트 진행에 미흡했던 점을 인정하며 펀딩을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해명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 사례 외에도 와디즈에서 중국산 제품을 펀딩하며 시중보다 고가로 파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원천기술을 가진 중국업체에 로고나 색상 등 일부 변경 주문만 넣어 생산한 뒤 공동 혹은 자체 개발이라고 주장하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와디즈는 18일 모든 프로젝트를 전수 조사해 문제 여지가 있는 프로젝트를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에서 유통망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모든 제품을 컨트롤하기는 쉽지 않다”며 “펀딩 반응이 좋은 제품은 어떻게든 유사한 제품을 찾아 낮은 가격에 국내 수입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크라우드펀딩 의미와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소비자에 방점을 둔 심사기준을 빠르게 정비하고 있다”며 “OEM, ODM 생산 방식을 악용하지 않도록 와디즈에서 펀딩 진행 가능한 형태를 세밀하게 알리는 정책을 금주 중 반영해 공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