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0>로봇-4차 산업혁명의 꽃

사람을 닮은 기계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기원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기계가 명령이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장인을 따르는 도제나 군주의 명령을 수행하는 노예가 필요 없을 것이라 했다. 천재 발명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1700~1900년에 실물 크기의 자동 장치가 많이 만들어졌으며, 1739년 프랑스에서 먹이를 먹고 소화시키는 것을 흉내 낸 오리가 소개되기도 했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슬로바키아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발표한 희곡 'Rossum's Universal Robots'(원제 Rossumovi Univerz〃ln〃 Roboti)에서 왔다. 강제노동의 의미를 띤 '로보티(roboti)'라 불리는 인조인간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처음에는 인간을 위해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만 곧 불만을 품게 되고 반란을 일으켜서 인간을 멸종시킨다. 그러나 로봇 제조법 비밀을 알아내지 못해 더 이상 로봇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의 본성인 사랑과 연민을 보유하게 된 두 대의 로봇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희곡은 끝난다. 이런 내용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1941년에 제안한 로봇은 사람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사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로봇 3원칙과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자율로봇이 인간을 위협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맥을 함께한다.

1954년 프로그램 로봇이 처음으로 개발돼 1962년 최초 산업용 로봇으로 제너럴모터스(GM)의 조립 라인에 설치됐다. 1969년 로봇 기술을 활용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 화성 탐험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움직이는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아이보·아시모·휴보 등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업화돼 교육이나 사람을 보조하는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던 기계 로봇에 컴퓨팅 기술이나 유무선 인터넷 기술, 센서와 액추에이터 기술,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기술이 융합되면서 로봇은 고정된 위치를 벗어나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위험을 피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단순한 작업을 하던 산업용 로봇의 영역을 벗어나게 됐다. 최근 로봇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하기 위해 근육 움직임 모방을 넘어 실제 근육 조직을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AI 기술이 로봇과 융합된 자율로봇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임무를 수행함은 물론 로봇 간 통신으로 여러 대의 로봇이 협동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로봇 기술은 드론이나 자율자동차는 물론 항공기·선박 같은 모빌리티와 융합해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이제 로봇은 기계로서의 제약을 거의 극복하고 사람을 대신해서 대부분의 일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24시간 내내 실수 없이 불평하지 않고 일하는 로봇이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 만들어 내는 경제성 이익에 대해 세금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게 될 것이다. 빌 게이츠는 로봇세를 물려서 걷힌 세금을 실직한 작업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회 합의가 있어야 하며, 어떤 기능을 갖춘 로봇에 어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한편 로봇이 사람의 일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지만 로봇을 활용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로봇을 반사회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큰 이슈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경 조직인 인터넷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0>로봇-4차 산업혁명의 꽃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