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실패해도 괜찮아'...창업 재도약기 지원 강화해야

[여의도칼럼]'실패해도 괜찮아'...창업 재도약기 지원 강화해야

드롭박스, 우버, 에어비앤비, 아마존, 인스타그램, 테슬라 모두 성공한 벤처기업의 상징과도 같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두 차례 이상 폐업이나 실패를 경험했지만 결국 세계 기업으로 일궈 냈다는 점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창업자는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 해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2의 벤처 열풍을 지원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지원에도 우리나라 창업가들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년 약 2만개의 기업이 성공을 꿈꾸며 창업하지만 반면에 그 절반의 기업이 폐업을 신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벤처지원사업 또한 스타트업과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다. 사업에 한 번 실패한 벤처기업에는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경험한 이들의 70.9%가 '창업에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사회 관심의 방향이 재도전 벤처기업에 좀 더 집중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 현실은 세계 벤처 중심지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극명히 대조된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주 열리는 행사 가운데 하나는 패일콘(FailCon), 이른바 실패콘퍼런스다. 벤처사업가가 모여 자신의 실패담을 나누고 실패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토론을 펼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성공 사례보다 실수와 잘못된 판단을 공유하고, 빠지기 쉬운 고정관념 등에서 벗어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계기로 삼는다. 이것이 평균 실패 경험 2.8회의 실리콘밸리가 오랜 기간 벤처 및 혁신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또 세계 유니콘 기업 394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94개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벤처 강국 미국이 있게 한 힘이라 할 수 있다.

'벤처'는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미지의 길에 도전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처음 도전하는 이들이 겪는 경험 부족에 따른 실패는 '용인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히 겪게 될 시행착오'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기업투자 설명을 다니면서 자신의 사업 성공률이 30%에 미치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실패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과연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자에게 투자하기를 꺼리는 우리나라와 같은 여건에서 그와 같은 방법으로 투자를 얻으려 했다면 오늘날의 아마존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청년에게 '도전하라'는 말을 반복해서 던지고 있다. 그리고 청년이 움츠러드는 것처럼 보이면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곤 한다. 한 번의 실패로 몇 억원의 빚을 안고 신용불량자가 되며, 재기의 기회마저 제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토양이 과연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의 고민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혁신성장 밑거름에는 과감한 스타트업의 도전과 실패가 필요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말이 진부한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실패를 밑거름 삼아 재도약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정책 지원을 통한 창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실패하면 안 되는 사회'에서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청년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nextminj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