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료방송 인수합병과 콘텐츠 투자 필요성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으로 IPTV 3사가 방송사업 매출 기준 유료방송 시장의 75.4%를 점유하게 되는 등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소수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출까지 더해져서 콘텐츠 중요성이 강조되는 등 미디어 시장 급변화가 화두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모든 폴랫폼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홀대가 동일하다는 문제다.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케이블TV(SO)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하는 콘텐츠 대가 수준이 매출의 12.4%까지 하락하자 25% 이상 지급하도록 재허가 조건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느끼는 콘텐츠의 가치 차이가 아직도 큰 것이 현실이다. PP는 제작 원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현재 가치 이상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에서 콘텐츠 가치는 절대라고 할 수 있다. 누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미래 생존 전략의 핵심이다. 아쉬운 점은 IPTV 사업자의 콘텐츠에 대한 현실 인식이다.

IPTV 사업자는 통신 사업이 주력이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에서 방송 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KT 8.2%, LG유플러스는 7.4%에 불과하다. 모바일 사업이 없는 SK브로드밴드는 방송 사업 매출 비중이 35.2%에 그쳤다.

통신사가 콘텐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통신사 회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방송 사업 매출 대비 방송 프로그램 비용은 31% 수준(2018년 기준 KT 31.7%, LG유플러스 31.0%)이다. CJ ENM 75%, JTBC 68%, 전체 PP 69% 등 콘텐츠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 실적과 매우 대조된다.

IPTV 사업자의 방송 사업 이외 전기통신 사업 매출 대비 비용 수준이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IPTV 사업자의 일률화된 저비용 고매출 사업 전략을 짐작할 수 있다.

IPTV 사업자가 인수합병(M&A) 절차 완료 이후에도 콘텐츠 대가를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콘텐츠 투자를 강화한다는 M&A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 사업자가 통신 매출을 위해 방송 상품을 결합상품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IPTV 사업자는 상품 가입 시 수십만원대의 현금성 경품을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 같은 플랫폼 간 가격 경쟁으로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29위에 머무르고 있다.

유료사업자 간 경쟁 심화로 ARPU를 올릴 수 없는 것도 맞지만 저가 ARPU가 지속된다면 이를 핑계로 콘텐츠 투자 확대가 어렵다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가 확대되지 않거나 계획이 나오지 IPTV 사업자의 SO M&A는 가입자 확보가 핵심 목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유료방송 M&A 심사로는 플랫폼 관점의 효율성만 담보될 뿐 콘텐츠 생태계는 점차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는 방송 생태계의 어려움으로 직결될 수 있다. 방송은 콘텐츠, 플랫폼, 시청자가 하나로 묶인 생태계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방송 콘텐츠는 글로벌 진출을 통한 전체 산업 활성화에 필수 요소다. 통신 산업은 특성상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가 나오기 쉽지 않다. SK텔레콤은 2001년 베트남 이동통신 'S폰' 서비스에 진출했지만 2009년에 철수했고, 2010년에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는 2012년에 파산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렇다 할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성공 사례는 잘 알려져 있으며,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으로 취업 유발 효과만도 12만8000명에 이르는 등 방송 콘텐츠가 미래의 먹거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IPTV 사업자가 한정된 국내 방송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송 콘텐츠 투자를 늘려야 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에서도 M&A 심사 때 콘텐츠 투자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yh.kim2@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