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회관리(MBWA)와 현장경영

[기고]배회관리(MBWA)와 현장경영

한국전기차산업협회는 전기차·충전기 제조업체와 충전사업자로 구성됐다. 협회란 설립 초기의 취지와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거쳐야만 생존을 넘어 발전을 통해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게 된다.

에너지 신산업을 경영한다는 회원사의 자부심을 넘어 국민경제와 전기차 연관 산업의 생태계 확립에 이바지해야 진정한 그 존재 가치를 찾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협회 방향 수립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배회관리(MBWA)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강조한 '우문현답'(우리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흉내 냈다.

대체로 일반 조직 보고 체계를 보면 현장 근무자는 진실 100%를 알고, 초급·중간 관리자와 임원의 보고 과정에서 윤색·왜곡돼 마지막 최고경영자(CEO)의 의사결정 단계에는 빙산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2~3%의 사실만을 보고 받고 결정하게 되는 함정이 존재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탁상공론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례를 숱하게 봐 왔다. 정확한 상황 파악과 대응으로 왜곡을 방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신속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위기 때보다 훨씬 어렵다는 지금의 경제 문제도 현장을 모르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 졸속한 책상머리 의사결정 탓이라 할 수 있다.

현장 경영 아닌 MBWA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회원사 방문은 기업 경영의 실상과 노하우까지 듣고 배우는 소중한 기회다. 한 회원사 CEO는 “충전 사업 3년이 기존 사업 30년 경영처럼 느껴졌다”는 신산업 추진에 대한 경영자의 깊은 고뇌와 우수 인재 채용이 지방만이 아니라 수도권 역시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협회장으로서 알아야 할 소소한 얘기까지 하나도 허투루 들을 얘기가 없었다. 협회 운영에서 회원사 간 서로 다른 상호 이해관계의 절충점을 모색하는 균형 감각의 필요성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선호라는 젊은이들의 취업 경향도 바뀌어야 함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필자는 36년을 공기업에서 나름 성공리에 근무했지만 가끔은 허무함도 느낀다. '내가 사기업에서 근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게 되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라고나 할까.

기업의 숫자나 고용 면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중요성과 제대로 된 인정의 필요성은 익히 말하면서도 노동 현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이 틈을 메우고 오히려 중소기업에서 기술을 익히고 경영을 배워 인정받는 풍토를 조성하며, 나아가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시리즈의 작가 로버트 기요사키의 조언처럼 일정 시점에 독립해서 “죽어라 일만 하는 가난한 아빠가 아니라 자신의 자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신나게 휴가를 마치고 오면 자산이 쌓이는 부자 아빠”를 추구하는 게 진정 부러운 삶이 아닐는지.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음과 기업 경영의 깊이 및 넓이를 이해하는 계기를 주신 CEO들의 좋은 말씀과 제언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더 나은 협회 운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절실하게 인식하는 좋은 기회였다.

경영을 골프에 자주 비유한다. 현장 방문으로 유대가 깊어진 회원과 라운딩을 하면서 기업 및 업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넘어 인간에 대한 신뢰까지 이르게 돼 왜 경영을 골프에 비유하는지 그 속뜻을 알게 됐다. 넓은 필드를 긴 시간 함께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라는 면에서 결국은 기업 현장과 골프장은 경영자에게 동일한 현장이다.

경영관리자는 올라오는 보고에 만족하지 말고 발로 현장을 밟아야 한다. 더욱이 좁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를 향해 뛰어야, '지속 가능 경영'이 가능한 4차 산업시대 경영에서 기업가는 물론 국가도 당연히 현장을 즐겨야 살아남는다.

박규호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회장 7912pa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