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앞둔 게임中企 '허둥지둥'

# 게임을 만드는 A사 일부 팀은 11월 일이 몰려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한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 주로 근무시간을 넘겼다. 일을 했지만 수당을 챙겨줄 수 없자 짜낸 편법이었다.

# 콘텐츠개발사 B사는 하반기부터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실시 중이다. 주중 근로시간 40시간을 넘기지 않기 위한 조치다. 직원들 반응은 갈린다. 일부 직원이 금요일 조기 퇴근하며 협조가 필요한 일이 생겨도 주말을 넘겨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 외국계 IT기업 C사는 최근 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에 들어갔다. 연구개발직군 등 단기성과 측정이 불가능한 부서가 주로 대상이다. 실제로 업무를 하는지, 초과근무가 필요한지 경영진이 판단하기 위한 조치다.

내년 1월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콘텐츠, 인터넷 업계 전반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대부분 기업은 정부 방침에 공감하며 미리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비에 나섰지만 “업종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이달 중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게임, 콘텐츠, 인터넷 업계가 지적하는 주 52시간 제도 맹점은 근무 형태에 따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제도가 운영하는 탄력근무제는 노사 협의 하에 2주 혹은 3개월 이내 단위에서 법정 근로시간 기준을 맞추는 것이다.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했지만 여야 대치로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80여명 직원이 근무하는 한 중소 개발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장 내년에 2개 게임을 출시해야 하는데 일정이 빠듯해 IP 소유사와 상의 중”이라면서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이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 등 창의력이 바탕이 되는 산업에서 근로시간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국계 콘텐츠 회사 대표는 “근로시간을 체크하는 전문 솔루션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서 “솔직히 정부 감독에 대비하는 차원이지 이것으로 직원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게임사와 한국 게임사에 20년 이상 근무한 한 기업 대표는 “한국기업 근무형태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느슨한데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근로시간 제약만 밀어붙이는 것은 생산성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종료하는 임시국회에서 근로기준법 보완입법이 상정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대책은 △일시적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 특별연장근로 활용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하는 기업에 계도기간 부여 시 우대 등이 골자다. 고용노동부는 “행정조치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다”면서 “현장에서 가장 요구가 많은 것은 노사정이 합의안까지 도출한 탄력근로제 개선”이라고 말했다.

경영진들과 달리 넥슨, 스마일게이트, 네이버, 카카오 등 게임·인터넷 관련 노조는 탄력근무제 확대를 반대 중이다. 주 52시간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 등 우리나라 콘텐츠·인터넷 산업 자본생산성은 중국에, 노동생산성은 미국에 밀린다”면서 “제조업 기반으로 짜 놓은 현행법을 각 업종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진=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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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