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세돌 9단과 한돌 대국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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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세돌 9단과 한돌 대국에 부쳐

NHN이 개발한 바둑AI '한돌'은 올해 초 국내 최상위권 프로기사 5명을 상대로 펼친 릴레이 대국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이어 8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처음으로 참가, 3위 달성의 쾌거를 이뤘다.

한돌은 10개월 개발 기간과 이후 2년 동안의 자가 대국을 통해 트레이닝됐다. 이렇게 점차 성장한 한돌2.0, 그리고 현재 버전인 한돌3.0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하여 다양한 대국을 진행해 왔다.

한돌 개발진으로서 대국이 펼쳐질 때마다 AI 승리를 기원하며 지켜보긴 했지만 한돌을 포함한 바둑AI 대국이 있을 때마다 '인간과 AI의 대결' 또는 글로벌 바둑AI와의 수준 비교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실제 '바둑AI'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한 구글(미국) 알파고의 승리 △커제에 맞선 텐센트(중국) 절예의 승리 △조치훈 9단과 대국한 드왕고(일본) 딥젠고 승리와 같은 승패 위주 기록일 것이다.

이제 AI 기록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우리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I가 한정된 시간 안에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많은 일과 학습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바둑을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NHN은 한돌을 개발하며 '보편적 AI'를 추구했다. 이세돌, 커제와 같은 인간 최고 실력자들만 경험할 수 있는 AI가 아니라 바둑을 배우고 싶고 즐기기 위한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형태다.

현재 한돌은 '한게임 바둑'에 적용돼 초보에서 프로까지 8단계의 수준별 맞춤AI를 제공, 이용자는 본인의 바둑 수준에 맞게 선택해서 대국을 즐기거나 자기보다 한 수 위 상대와의 대국으로 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나아가 한돌이 생각한 수순과 돌의 상관관계 등을 참고해 기력을 향상시키거나 기존 기보들을 활용해 다른 선택의 수가 없는지와 같은 연구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초보자가 바둑을 배울 때 한돌을 재미 요소가 가미된 선생님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한돌과 대국을 펼친 신진서 9단은 종료 후 인터뷰에서 “현 세대의 프로기사들은 AI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후배들은 처음부터 AI를 통해 바둑을 익혀서 수준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진서 9단 역시 AI를 넘으려 너무 애를 쓰기보다는 AI 저변을 확대, 인간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닐까.

오는 18일 한돌은 이세돌 9단과 첫 대국을 펼친다. 이번 대국은 접바둑 3번기 치수고치기로 진행된다. 한돌은 현재 버전인 3.0까지 계속해서 호선 중심으로 학습했기 때문에 개발진조차 승패 가늠이 어렵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국을 통해 AI 위력을 실감한 사람들은 이세돌 9단과 한돌 대국을 지켜보면서 '제발 이번에는 인간이 AI를 이겨 줬으면' 하는 바람과 한편으로는 한돌이 승리해서 한국 AI 기술도 글로벌 기업 못지 않게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공존할 것 같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이번 대국이 국내 바둑 시장과 국내 AI 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은 분명하다. 바둑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AI 산업 발전에 작은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바둑 대국이 사람과 AI 미래를 위한 이로운 경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승패를 떠나 우리 친구가 될, 이미 우리 친구인 AI를 흥미롭게 지켜봐 주기를 소망해 본다.

박근한 NHN기술연구센터장 gunhan.park@nh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