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2020,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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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며칠 있으면 2020년 새해가 된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던 때보다는 덜하지만 '2020'이라는 숫자에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1989년에 방영된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가 있었다.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2020년을 배경으로 인구 폭증과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으로 인해 황폐화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떠나는 내용을 다뤘다. 30년 전에 상상하던 2020년의 과학기술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에 아쉬운 생각도 들지만 만화 속 배경만큼 지구가 황폐해지지 않았음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류 미래상 제시에 인문학과 예술이 큰 역할을 해 왔다. 올더스 헉슬리는 1932년에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을 통해 생명공학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유전자 조작에 의해 인간 계급이 나뉘게 되는 디스토피아형 미래를 그렸다. 작품 배경은 2540년경이지만 기술상으로는 이미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고, 어떤 사람은 2050년이면 그 미래가 현실이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생명공학 기술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유전자 조작 실험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내놓고 있다.

조지 오웰은 '1984'라는 소설을 통해 빅브라더가 개인 생활까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세상을 그렸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영화를 통해 통제된 미래 사회를 선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오웰의 상상은 1984년에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스필버그가 상상한 2054년의 미래는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미 중국에서는 국민의 안면을 인식해 경찰이 그 정보를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른 시대다. 인공지능(AI)이 AI를 만드는 시대가 됐고,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우리가 정한 방향성이 미래의 현실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각도가 1도만 벌어지더라도 두 직선이 뻗어 나가면 양 끝은 거리가 아주 멀어지게 되는 것처럼 올바른 방향성이 중요하다.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는 두 학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와 유발 하라리.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세계 수준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점, 두 번째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는 점, 세 번째 '분야 횡단식 고찰'을 했다는 점이다. 가장 부러운 것은 첫 번째 공통점이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세 번째 공통점인 '분야 횡단식 고찰'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다이아몬드는 조류학, 생물지리학, 문화인류학, 인류생태학, 언어학 등 광범위한 고찰을 통해 '총, 균, 쇠'를 엮어 냈다. 하라리도 역사학자로서 정치학, 경제학, 생물학,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식으로 '사피엔스'를 집필했다.

학문을 더욱 깊게 연구하기 위해 분야를 세분화시켜 왔지만 원류를 따라 올라가면 결국은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철학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데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통찰이 필요한데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미래,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식과 탁견이 필요하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방향타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작품들과 같은 디스토피아형 미래로 휩쓸려 가지 않으려면 경제, 인문, 사회, 예술, 과학, 기술 등 분야를 망라한 논의와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25개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사회과학 분야 26개 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상을 선 제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속도를 높여 나가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wohn@n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