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사업 참여 저조…정부-삼성-팹리스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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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 지원예산 한푼 없고 삼성전자 첨단 파운드리 전략

반도체 웨이퍼. <전자신문DB>
<반도체 웨이퍼. <전자신문DB>>

정부가 국내 팹리스 업체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사업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팹리스 업체 실정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 그동안 미비된 정부 지원 등이 서로 맞물려 사업 활성화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새해부터 정부의 MPW 사업 지원금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해외 파운드리 활용 등 더 현실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실시하고 있는 MPW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올해 6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MPW는 파운드리 업체가 한 웨이퍼에 여러 고객사의 시제품 칩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 개발 초기 과정이나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양산 여력이 부족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학계 연구자들이 제품을 테스트할 때 유용하다.

이 사업은 2017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협력해서 진행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산업 생태계가 열악한 점을 고려, 삼성 파운드리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제품을 제작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도 국내 MPW 사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수차례 선언했다.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공장 전경(자료: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공장 전경(자료: 삼성전자)>

팹리스 업체들은 2017년 5개, 지난해에는 4개 업체가 사업에 참여했다. 올해 사업은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됐지만 참여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상반기에 4개, 하반기에 3개 업체가 참여했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상·하반기 모두 참여했다. 국내에 대략 200개가 넘는 팹리스 업체가 있음을 감안하면 지난 3년 동안의 참여율은 2~3%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하반기 사업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CMOS 이미지센서, 지문인식 반도체 등도 신규 목록에 포함했지만 참여 업체는 오히려 상반기보다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 지원과 삼성전자 및 팹리스 업체들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MPW 사업은 횟수만 늘었을 뿐 정부 지원이 미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스크 비용의 70%를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팹리스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만·중국 파운드리 업체에 MPW를 맡기는 것에 비해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국내 팹리스 업체 수요 사이에 '미스 매치'가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비용과 기술 수준을 고려해 55~100나노미터(㎚) 사이, 즉 '미들-엔드' 공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퀄컴, AMD 등 글로벌 선진 반도체 기업들을 겨냥한 최첨단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보급형 제품용 공정을 위해 아직 조율할 부분이 상당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이 국내 팹리스 수준에 맞춘 다양한 공정을 제공하거나 팹리스가 삼성 주력 공정을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과 매그나칩에 맡기기에는 이들 업체가 100나노 이상 노후한 공정 위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사기업인 만큼 그들의 파운드리 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면서 “국내 팹리스 실정에 맞추려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초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에 힘입어 내년부터 2년 동안 120억원의 MPW 사업 지원금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비용 부담을 느껴 온 팹리스 업체들의 갈증이 해소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업계에서는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다양한 국내 팹리스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때까지 대만·중국 파운드리를 통해 MPW를 제작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