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율운항 선박 개발 나섰지만…관련법 개정은 뒷전?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제공]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제공]

정부가 수천억원을 들여 무인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법 정비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에선 법 개정 없인 애초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19일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선원이 한 명도 없는 무인선박이 실제 운항되려면 선박직원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박직원법 제11조에 따르면 선박 소유자는 선박 크기·용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을 반드시 승선시켜야 한다. 애초 무인선박은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해양수산부는 '스마트화 전략'을 발표, 2030년까지 자율운항 선박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20년에 관련 예산 1200억원을 투입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제 무인선박을 추진하려면 관련법 개정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하지만 현재 업계 의견 수렴 등과 관련해 들리는 얘기가 없다”면서 “특히 승무원이 없으면 각종 사고가 났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인선박 도입은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무인선박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세계 추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원격조정 시범 운항에 성공하고 오는 2030년 완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 야라는 2020년까지 전기추진 자율운항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다. 삼성중공업과 SK텔레콤은 최근 5세대(5G) 통신 기술을 활용, 원격관제센터에서 약 250㎞ 떨어진 해상에서 모형선박을 원격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관건은 무인선박의 실용성이다. 실제 운영 실익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반 컨테이너 선박만 해도 한국 국적 승무원이 5명 이상 승선한다”면서 “만약 이런 선박이 요트 등과 충돌했을 때 발생할 피해액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사고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인건비를 들여서라도 유인 선박을 운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완전 무인 선박이 개발되기 전인 만큼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완전 무인 선박을 모든 선박에 적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선주들이) 선택 도입하는 것”이라면서 “선박직원법 개정은 완전 자율선박 기술 개발이 완료될 때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