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오염]<상> 정치권은 댓글조작 앞장...네티즌은 심심풀이 악플

악플, 댓글조작 그리고 실시간검색어 마케팅.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다. 공론의 장이 돼야 할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오명을 써야했다. 오물을 던진 이들은 따로 있지만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댓글과 실시간검색어 서비스를 오염시킨 이들은 누구인지, 또 해결책은 없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포털이 댓글 서비스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용자 편의보다는 부작용이 많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다음에서 인물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23일부터 폐지했다. 앞서 10월 연예뉴스 댓글 잠정 폐지에 이은 후속조치다. 관련 검색어로 의도치 않은 반복검색이 이뤄지고 연예 댓글에 인신공격성 악플이 달리는 것을 원천 봉쇄했다.

네이버는 2012년부터 욕설자동치환을 적용했다. 2018년에는 언론사가 댓글노출 여부부터 노출순서까지 직접 결정하는 언론사별 댓글선택제를 시행했다. 올 하반기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뉴스 댓글에서 악성댓글을 차단하는 '클린봇'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이를 뉴스전반으로 확대했다.

댓글과 검색은 이용자가 포털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대표 인터넷 서비스다. 인터넷이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이용자는 남의 댓글을 읽고 자신의 댓글을 남기는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됐다.

악플을 남기는 사람은 대다수 평범한 이웃이다. 경찰청 '사이버 모욕죄 및 명예훼손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던 악플 관련 신고는 2018년 1만5926건으로 크게 늘었다.

'악플러' 연령대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악플 가해자 중 10~30대 비중이 68.62%에서 62.21%로 감소하는 사이, 40~60대 이상 비중은 31.39%에서 37.79%로 늘어났다. 악플을 철없는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디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 악플이 형성되는 구조는 단순하다. 매체가 자극적 뉴스를 배포하면 악플이 달린다. 그 악플을 미디어가 다시 뉴스로 재생산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고 최진리 씨(설리)가 사망하기 전날인 10월 13일부터 이전 6개월 동안 국내 10개 일간지는 평균은 30.2건 관련 기사를 썼다. 7개 경제지 평균은 70.4건, 17개 연예·스포츠 전문 매체는 평균 147.1건 기사를 생산했다. 민언련은 “노출이 있는 의상을 계정에 올리면 '논란'으로, 이후 일상적인 사진을 올리면 '노출 이후에도 당당히 다른 사진을 올렸다'며 기사를 써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자살 원인은 한국 특유의 육성시스템과 OECD 1위인 자살률 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이를 외면하고 악성댓글로만 책임을 몰아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스스로 댓글문화를 어지럽히는데 앞장섰다. 여야가 따로 없다. '드루킹'으로 불리는 김동원씨는 2018년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자동으로 댓글을 생성하고 추천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 정당에 불리한 댓글을 대량 생성한 혐의다. 여당 쪽 인물이 야당에 비판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한 일명 '역공작' 사례다. 수사과정에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한나라당 시절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했다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세력이 개입한 댓글 조작이 드러났지만 국회는 오히려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언론학회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총 28건 포털뉴스 관련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댓글 게시판 서비스를 강제 중단하게 하는 법률을 쏟아냈다.

한국언론학회는 최근 내놓은 20대 국회 인터넷표현규제 법안 분석에서 포털뉴스 규제 분야에 63.83을 매겼다. 8개 분야 중 최하였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매크로 법안 중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법안이 없다”면서 “내용과 체계가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려면 이용자와 포털이 인식개선과 기술적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면서 “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막고 서비스사업자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시도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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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