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혁신센터, 자생력 키우고 대기업 협력...'지역창업 등용문' 정부도 인정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전담 대기업 현황.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전담 대기업 현황.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가 지역창업 관문으로 거듭난다. 새해에는 지자체, 대기업과 화학적으로 결합,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지난 2년간 혁신센터는 전 정권 색채가 짙다는 꼬리표가 달리며 관계 조율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혁신센터가 새롭게 달라진다. 이 같은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고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외부 기관에 기대지 않고 자생할 기반도 갖춘다. 자체 투자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전국 17개 혁신센터가 공공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는 일방적 지원을 받은 관계가 아니라 윈윈을 도모하는 협력자로 거듭난다. 지자체와는 지역창업 허브 역할을 도맡아 추진하는 파트너로 발돋움했다.

정부도 힘을 실어준다. 혁신센터를 지역 최대 창업 지원기관으로 인정했다.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혁신센터에 대기업 사내벤처를 입주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투자 기능 확대…대기업과는 '윈윈'

혁신센터는 정부·지자체·대기업과 손잡고 지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구조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업 모델이다. 네 주체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 때 힘을 발휘한다.

새해부터는 대기업과 관계를 재설정한다. 대기업은 그동안 사회공헌(CSR) 차원에서 혁신센터를 지원했다. 앞으로는 공유가치(CSV) 관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찾는다. 대기업 역시 기대가 커졌다. 사내벤처를 혁신센터에 배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혁신센터가 사내벤처 전담 액셀러레이터를 맡는다. 스핀오프한 창업기업에는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한다. 혁신센터를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 수익에 대한 일정 권리를 대기업이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관계도 더 끈끈해진다. 소재, 부품, 장비,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에 기회가 열렸다. 대기업 인프라, 플랫폼을 활용해 판로 개척에 나설 수 있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혁신센터와 거리를 둬왔다. 자금만 댈 뿐 사업적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센터에 대한 지원금을 매년 줄여온 배경이다.

혁신센터는 자체 투자 역량을 강화한다.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펀드 결성이 수월해졌다. 사모펀드 운용사(GP) 참여 길도 열리면서 기회를 잡았다. 공공 액셀러레이터로서 보폭을 넓혀갈 방침이다.

◇지역색 창업으로…혁신센터 이색 사업

혁신센터는 전국에 19곳이다. 포스코,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자율형 혁신센터 2곳을 포함한 숫자다. 기관마다 특색, 강점이 모두 다르다. 새해 포부도 제각각이다. 인천혁신센터는 물류·유통,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한다. 전담 기업 KT와 손잡고 물류 기반 IT 창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경남혁신센터는 제조, 바이오·헬스케어 중심 기관이다. 경남은 지리적으로 소재, 부품, 장비 산업 중심지다. 두산 인프라를 활용, 강점을 극대화한다.

부산 지역 블록체인 스타트업 성장도 기대된다. 부산혁신센터는 블록체인 특화 기관이다. 롯데의 지원 사격이 더해진다. 롯데는 대기업 최초로 액셀러레이터를 계열사로 별도 설립, 운영 중이다. 경기혁신센터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KT와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지속한다.

서울혁신센터도 CJ와 판로 개척을 돕는다. 올해 CJ는 계열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스타트업과 풀어보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판매망을 열어주는 사업도 펼쳤다. 오쇼핑, 올리브영과 같은 유통 플랫폼을 활용했다. CJ는 두 사업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인천과 대전 지역 혁신센터는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에 도전한다. 자체 투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전북혁신센터는 농생명 식품, 탄소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키운다. 새해에는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담 대기업 효성이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강원혁신센터는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데도 힘쓴다. 네이버가 뒷받침한다. 네이버는 온라인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파트너 스퀘어 공간을 전국 권역별로 꾸렸다. 강원도에서만 혁신센터가 대신 운영하고 있다.

◇혁신 인재 양성, 미네르바·에꼴 거듭

정부는 새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유니콘, 데카콘으로 만드는 데 정책 방점을 찍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자본을 연결할 방법도 모색한다. 대기업 경험, 노하우를 스타트업에 결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혁신센터가 중책을 맡았다. 지역에 창업 붐을 일으키고 유니콘을 키워내는 종합 지원기관으로 거듭난다. 정부는 혁신센터를 창업 요람으로 만들 계획이다. 미션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혁신센터가 혁신 인재를 길러내는 데도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센터 주도로 미국 미네르바나 프랑스 에꼴 같은 학교가 세워지길 기대했다.

혁신센터 강점은 유연성이다. 정부 신뢰를 바탕으로 민간 전문성이 더해지면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췄다. 정부가 아픈 곳도 제때 긁어준다. 벤처 투자가 저조한 시리즈 A 단계 이전 스타트업을 중점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센터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창의성, 개방성을 극대화, 지역 창업 허브로 자리잡게 할 방침이다.

[표]창조경제혁신센터 주요 발전 방안

(자료=중소벤처기업부)

[표]창조경제혁신센터별 특화 분야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이슈분석] 혁신센터, 자생력 키우고 대기업 협력...'지역창업 등용문' 정부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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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