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압박에...구글·페북, 日서 세금 제대로 낸다

국내 한 업체의 구글애즈 광고료 결제 영수증.
국내 한 업체의 구글애즈 광고료 결제 영수증.

저세율 국가로 소득을 이전, 절세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구글과 페이스북이 일본에서 광고 계약 정책을 변경했다. 일본 내 광고 수입이 일본 과세당국에 모두 잡히도록 수정했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일본 매체 더 재팬타임즈에 따르면 그 동안 구글은 싱가포르,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법인을 내세워 광고 계약을 맺어왔다. 현지 법인이 아닌 저세율 국가 법인을 활용,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실효 법인세율은 각각 12.5%, 17%다. 약 30%에 달하는 일본 대비 배 가까이 낮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소득이 발생한 곳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과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해 광고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바뀐 정책에 따른 매출을 일본 과세당국에 신고한다. 일본은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내 세금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일본에서 벌어들이는 광고 매출이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번 광고 정책 변경에 대한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 재팬타임즈는 “소득 이전에 대한 세계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도 구글과 페이스북은 사업 규모에 비해 납부하는 세금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놓는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는 “서비스만 잘 한다고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개별 국가들이 자체 디지털세 부과에 나서면서 해당 나라에서 모든 리소스를 처리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같은 변화가 국내에서도 일어날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구글 싱가포르 법인과 광고 계약을 맺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광고 계약 정책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며 “일본법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 매출 중 한국 비중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이태희 교수가 구글 싱가포르 법인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싱가포르 법인 매출은 157억달러(약 18조2000억원)다. 이 중 일본 지역 매출이 44.9%를 차지한다. 이어 한국 13.6%, 호주 7.6% 순서다. 구글은 국내처럼 일본에서도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운영 중이다.

최근 디지털세를 내라는 거센 압박에 몰려있다.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새해부터 구글에 디지털세를 물리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디지털세 도입 행렬이 계속될 전망이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IT기업 대상 매출에 일정 세율을 곱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OECD 주도 디지털세 논의가 추진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간 대립만 격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일본은 세계정세에 발 빠르게 대처, 자국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