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카이로스 석상'과 '붉은깃발법':IT에서 AI 강국으로 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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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카이로스 석상'과 '붉은깃발법':IT에서 AI 강국으로 가기 위해

2019년 사회 변화를 이끈 기술로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꼽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올해 4월 4일 오후 11시 통신 3사는 5G 서비스를 개통하며 세계 최초로 완전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가 된 기분이었다. 통신 분야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 기회를 선점했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올해 9월 국가 인권위원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개인이 하루 평균 83.1회 CCTV에 노출되고 이동 중에는 9초에 한번 노출된다 한다. 또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5000만명을 넘는다 하니, 스마트폰의 앱들과 카메라, CCTV를 통해서 쌓여지는 이미지, 비디오, 데이터 정보의 양은 상상하기가 정말 어렵다. 정보의 양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제타바이트(미국 의회도서관에 존재하는 전체 인쇄물의 1억배 수준의 데이터 표현)를 넘어서는 새로운 데이터 양의 표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2019년을 마감하는 의미로 12월에 벌어진 이세돌과 우리나라 토종 AI '한돌' 대국은 우연이 아니라 실제로 AI가 우리 사회에 미칠 커다란 힘과 위협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아마도 10여년 후에 뒤돌아볼 때 2019년은 우리도 모르게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빅데이터가 5G 데이터 고속도로와 AI 기술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 및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데이터 혁신(디지털 전환)의 폭발점'이 시작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과 산업에 이용되는 사례 몇 가지를 보자. 요즈음 주위 사람들은 TV시간에 맞추어 드라마나 뉴스를 보기 보다는 OTT(Over The Top)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추천된 드라마나 뉴스를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본다. 아기 엄마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스마트폰 앱에 들려주어 아기가 배고파 우는 것 인지, 기저귀를 갈아주기를 원하는지, 어디가 아픈 울음소리인지를 분별해 내는 앱을 사용하며 데이터 기반의 육아를 한다.

패션 산업체에서는 고객이 지역의 매장에서 입어보는 옷에 대한 데이터(재료, 디자인, 가격, 의견 등)를 기반으로 고객이 사고 싶어 하는 옷만 만들어 마케팅 비용 등 전체 비용을 상당히 줄여 경쟁력 있는 패션 산업체가 되고 있다. 대학에서도 학생의 성향, 심리, 적성 진단과 학업성적 및 진도 관리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학사, 진로 지도를 하여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일상생활, 교육, 산업에서의 데이터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 있는 카이로스 석상은 두 손에 저울과 칼을 지녔다. 머리카락이 앞머리에만 있고 머리 뒷부분에는 없다. 다리에도 날개가 달려 있다. 정확한 판단으로 칼처럼 신속하게 앞머리를 잡으면 기회가 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빨리 달아난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 혁신을 폭발시키는 기회를 놓치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시의 적절한 데이터 혁신만이 살길이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소식은 올해의 마지막 달에 '정보기술(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란 비전으로 우리 산업과 사회 패러다임을 AI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공지능 국가 전략'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혁신 과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당장 넘어야 하는 산이 있다. 규제 선제 혁파와 사회의 현명한 중지로 기회를 올바르게 잡아야 한다.

(이 글이 읽혀지기 전에 우리사회의 데이터혁신의 가속을 저해하는 문제들이 국회에서 일부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데이터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고속도로의 망 중립성 문제가 현명하게 해결돼 데이터가 막힘없이 흘러야 한다. 빅데이터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안전하게, 글로벌 경쟁력이 있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신용정보·정보통신망법)의 국회 통과 등 새로운 혁신 기술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현명한 중지가 모아져야 한다.

우리는 경험과 역사의 증명으로 잘 알고 있다. 기술 기반으로 변화되는 사회의 큰 물결을 거스를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사실이다. 대표 사례가 영국에서 1865년에 선포된 붉은깃발법(적기조례)이다. 자동차가 영국에서 먼저 개발됐지만 마차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에 여러 규제를 적용한 것이 붉은깃발법이다. 결과는 모두 알듯이 이후 영국은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독일에 빼앗겼다.

2019년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정부, 산업체, 교육계, 국회, 민간단체가 모두 한마음이 되어 붉은깃발법을 과감하게 혁파하고 카이로스 석상의 앞머리카락을 강하게 부여잡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 '데이터 혁신'을 기반으로 'IT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첫발을 내디디는 2020년 새해를 꿈꿔 본다.

이재용 연세대 교수(전 교학부총장) jyl@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