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복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 민심 반영할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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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제의 시작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는 전체 300명 중 253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고, 나머지 47명 의원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제였다. 병립형 소선거구제는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만 당선되고 나머지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자가 많지 않더라도 정당득표율이 많으면 추가 의석을 배정해 주는 제도다. A정당이 10%의 정당 득표율을 얻고 지역구 의원 5명을 배출했다면 비례대표 25명을 배정받는다. 지역구 의원은 5명이지만 전체 의석 300개 중 10%인 30개 의석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지역구 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정당보다는 그렇지 않은 정당에 유리한 제도다.

지난 26일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2월 넷째주 주중 집계 발표(95%신뢰수준 ±2.5%p) 정당 지지율(민주당 41.3%, 한국당 31.7%, 정의당 5.7%, 바른미래당 4%)을 득표율로 가정하면 과거 선거법 기준 비례대표 의석은 민주당 21개, 한국당 17개, 정의당 5개, 바른미래당 4개로 예상된다. 반면 개정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제에서는 현 지역구 의원수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민주당 17개, 한국당 12개, 정의당 16개, 바른미래당 2개로 바뀐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의 경우 정당 득표율은 차이가 작지만 지역구 의원 수에서 바른미래당(15석)이 정의당(2석)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정의당이 바른미래당보다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잇다.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의 연동형 비례제는 원안에 비해서는 많이 후퇴했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원안)'에서 '지역구 253석+비례 47석(수정안)'으로 바뀌었다. 통과된 선거법에 따라 비례 47석 중 17석은 기존처럼 병립형을 유지하고 30석에만 50% 연동률이 적용된다. 때문에 '준연동형' '준준연동형'으로도 불린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제도 자체는 복잡해졌다. 정치·행정계 관계자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선거제도가 만들어 졌다며 우려를 표했다.

무엇보다 유권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준연동형, 연동률, 30석 상한캡 등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단어다. 정치권 내부에서조차 연동형 비례제 관련해 “어떻게 제도가 작동하고, 의석 수가 배정되는지 모르겠다”는 성토가 나온다.

이로 인해 새해 4.15 총선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당이 비례대표로만 구성된 위성정당 '비례한국당'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선거 방법이 복잡해질수록 노년층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비례대표 전문당에 대해서도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 가능성이 있다.

복잡해진 선거에 보수와 진보 대립 계층 간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본인의 표가 실제 어떻게 반영되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지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해 총선은 현 정권의 중간평가임과 동시에 개헌 이슈도 챙겨야 할 국회를 구성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면서 “복잡해진 선거제도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제도 자체와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 병립형 비례제와 연동형 비례제 비교

[이슈분석]복잡한 준연동형 비례대표, 민심 반영할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