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I노믹스 산업지도] 개발·제작부터 추천까지…AI 콘텐츠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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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이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일상이다. 게임, 학습, 추천에 이르기까지 AI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는 찾아보기 어렵다. AI는 게임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 제공해 주기도 한다. AI 기술 활용 역량은 기업 생존과도 직결된다.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AI 육성을 위한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별로 AI가 적용된 형태는 조금씩 다르다. 게임 분야에서는 AI가 게임 개발에 드는 일손을 덜어주고 비용과 시간은 절약해 준다. 이용자들이 보다 나은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세돌 9단과 은퇴 대국을 진행했던 AI '한돌'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일반 이용자도 한돌과 대국을 도전해볼 수 있다.

영상, 웹툰, 음악을 포함한 콘텐츠 소비에도 AI가 적극 활용된다. 추천 서비스 대부분은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이다. 이용자가 더 오래 플랫폼에 머무르고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한다. 검색엔진에도 AI 기술이 녹아있다.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더라도 이용자에 따라 다른 맞춤형 결과값을 내놓는다. 원활한 콘텐츠 소비를 방해하는 어뷰징, 악플 제거에도 AI 기술이 쓰인다.

◇게임에도, 게임 개발에도 녹아드는 AI

엔씨소프트는 2011년 AI 연구 조직을 처음 꾸렸다. 8년여가 지난 현재, 전문 개발 인력만 150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 면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게임과 연관된 AI 기술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 AI 조직은 AI 센터와 NLP센터 두 개의 축으로 하위에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으로 구성된다. 5개 랩 가운데 게임과 직접 연관된 부서는 '게임 AI랩' 하나뿐이다.

게임 분야, 비게임 분야 모두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게임 개발 과정에서 사람을 돕는 AI 연구에 힘쓴다. 게임 개발에 수반되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소요 시간, 비용을 단축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표 사례가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출력되는 음성에 맞춰 캐릭터 표정을 AI가 자동으로 생성한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표정을 그리려면 1분 대화 분량을 만드는 데 하루 이상이 꼬박 걸린다. AI는 이 시간을 대폭 줄인다.

게임 분야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에 도입된 비무 AI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사람만큼 게임을 잘 플레이한다. 공격형, 방어형, 공수 균형 등 플레이스타일도 부여했다. 공격형은 상대방에게 근접해 빠른 시간 내 승부를 내려하고, 방어형은 상대와 거리를 벌려 유리한 기회에 반격하는 특징을 보인다.

몬스터에 AI를 부여한 사례도 있다. 통상 온라인 게임 내 몬스터는 단순한 패턴에 의해 움직인다. 패턴이 파악되면 게임 흥미를 떨어트리고 게이머에게 자원을 주는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 반면네 AI가 적용된 보스는 거시적으로 게이머 전쟁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리니지2M'에서 여왕개미 보스는 자신의 굴에 들어온 사람들 중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열세한지를 파악해 대처할 수 있다.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게 스턴을 줘 상황을 빨리 정리할 수도 있고, 약자를 도와주거나 게이머 전체에 페로몬을 뿌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콘텐츠 추천에 AI 붙으니 조회 수 '쑥쑥'

네이버는 '클로바'에 기반해 서비스 대부분 영역에 AI를 활용한다. 이용자가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콘텐츠 추천이다. 뉴스(AiRS), 쇼핑(AiTEMS), 장소(SmartAround), 음악(Vibe) 모두에 AI 기반 추천 기술이 적용됐다.

네이버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 콘텐츠 소비량이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 서비스에 AiRS를 접목한 이후 하루 평균 페이지뷰가 기존 대비 69% 늘었다. 검색 서비스에도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도입해 효과를 봤다. 검색 행동, 로그인 기기 정보 등에 따라 다른 맞춤 화면을 제공했더니, 최초 노출되는 정보의 소비량이 4배 늘었다.

AI가 영상 소비를 늘리기도 한다. 고화질 생중계서비스 '브이라이브'는 아이돌 그룹 영상에서 각각 멤버 영상을 따로 추출하는 '오토캠' 기능을 지원한다. 좋아하는 멤버 영상만 따로 골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추출된 오토캠은 그룹 전체 영상보다 조회 수가 월등하게 높다. 네이버는 이 기술을 스포츠, 드라마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지역 상점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 어라운드' 서비스에도 AI가 녹아 있다.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시간대, 성, 연령에 따라 최적화된 장소를 AI가 추천한다. 도입 1달 만에 기존 일반 검색 대비 7.8배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다.

통상 갓 개점한 상점은 오래 장사한 곳과 비교해 상단 노출에 불리하다. 리뷰 숫자가 적고 인지도가 낮아서다. 네이버 AI 장소 추천 알고리즘은 리뷰 수 가중치를 낮추고 이용자 취향과 위치 정보를 반영한다.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AI가 완화시킨다. 이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가짜 리뷰를 거르는 데도 AI가 사용된다. 신뢰도가 높은 리뷰는 정렬하고 무의미한 이미지가 포함된 리뷰는 등록을 차단한다.

네이버는 트렌드 정보 콘텐츠 중 하나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에도 AI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실급검은 마케팅 업체들이 광고판으로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제 기능을 잃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이용자가 관심 있는 분야에 가중치를 두도록 설정하고, 이 가중치에 맞춰 검색량 순위를 재배치한다. 필터를 강하게 설정하면 원치 않는 실급검 정보는 최대한 걸러준다. 이슈별 묶어보기 강도를 높이면 중복 정보도 배제해 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